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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지 않은 고래 향연 속으로 함께 떠나요

울산의 고래문화특구 내에 들어선 고래생태체험관의 모습. 상업 포경이 금지되면서 일반 고래의 실물을 보기는 힘들어졌지만 이곳에선 고래의 생태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눈앞에서 유영하는 돌고래의 모습과 다양한 쇼도 관람할 수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고래의 도시’인 울산 남구 장생포 일대 164만㎡는 2008년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됐다.
 
고래문화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인 ‘장생포 옛마을’의 풍경. 포경산업 절정기였던 1960∼70년대 장생포의 동네 풍경을 복원해 놓았고, 추억의 골목길을 3구간으로 나눠 스토리텔링 벽화거리로 만들었다. 울산 남구 제공
 
일제강점기 군량미 창고로 만들어진 인공동굴 4개를 개발해 동굴문화단지로 조성한 태화강 동굴피아, 장생포항에서 출발하는 고래바다여행선, 장생포의 전경을 높은 곳에서 둘러볼 수 있는 모노레일(위부터)의 모습. 울산 남구 제공


울산은 자타가 인정하는 ‘고래의 도시’다. 특히 남구의 장생포는 고래의 본고장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남구 관광의 콘셉트도 고래 중심이다. 한국 최초의 포경(捕鯨) 전진기지였던 울산 남구 장생포 일대 164만㎡는 2008년 국내 유일의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장생포에는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 포경을 금지하기 전까지 포경선 50여척이 있었다. 고래잡이가 큰 돈이 되면서 한때 울산에서는 ‘장생포에는 지나다니는 개도 1만원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장생포는 포경이 금지되면서 한동안 쇠락의 길을 걸었으나 고래를 주제로 한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장생포에 가면 고래문화마을을 비롯해 고래박물관과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바다여행선 등 고래와 관련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돼 있다. 12∼24가지 맛이 난다는 고래고기를 맛보고 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남구는 장생포 전경을 높은 곳에서 둘러볼 수 있는 모노레일을 최근 완공했다. 지상에서 3∼5m 높이에 설치된 모노레일은 고래박물관을 출발해 고래문화마을과 입체영상관을 거쳐 다시 박물관으로 돌아오는 순환형으로 총 1.3㎞ 노선에 8인승 차량 5대가 운영된다. 모노레일은 장생포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등이 있는 남쪽과 고래문화마을이 있는 북쪽을 연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동안 관광객들은 두 곳을 오갈 때 400∼500m를 걷는 불편을 감수했지만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계절에 상관없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고래문화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장생포 옛마을’이다. 이곳엔 포경산업이 절정에 달했던 1960∼70년대 장생포의 동네 풍경을 실물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고래를 잡는 포수와 선장, 선원은 물론 고래 해체장 등의 집과 작업 공간, 학교, 식당, 우체국, 이발소 등 추억 어린 건물 23개동이 옛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다. 또 마을 내에 조성한 ‘마을이야기 길’은 상업포경이 활발했던 장생포의 부흥기인 1970년대 중반까지 수많은 아이가 뛰어놀던 추억의 골목길을 3구간으로 나누어 마을의 정체성과 고래를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 벽화거리로 만들었다.

마을 바로 아래는 장생포항이다. 항구에는 국산 1세대 호위함으로 지난 34년간 영해를 수호하다 퇴역한 울산함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전시했다. 인근에 있는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도 볼만하다. 이곳에는 초대형 고래 뼈와 사라져가는 포경 관련 유물들을 수집해 보존·전시했다. 우리나라 포경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바로 옆 고래생태체험관에선 눈앞에서 유영하는 돌고래의 모습과 다양한 쇼를 관람할 수 있다.

장생포에는 수변 친수 공간인 `워터 프런트’가 문을 연 데 이어 최근에는 어린이 테마파크(유료)도 문을 열었다. 고래와 바다를 다양한 형태로 체험할 수 있는 놀이시설로 바다 속 암벽타기(해저 클라이밍)를 비롯해 바다 속을 걷는 ‘시 워킹(sea walking)’, 제트스키 레이싱 등 8가지 가상현실(VR) 체험을 할 수 있다.

장생포항에서 출발하는 고래바다여행선(정원 394명)을 타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국내 유일의 관경선(觀鯨船)인 이 배는 550t 크루즈선을 개조한 것이다. 동해에서 힘차게 헤엄치는 돌고래 무리를 직접 보는 즐거움은 이곳이 아니면 경험하기 어렵다.

고래 관광을 마쳤다면 최근 남구의 대표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남산 자락에 위치한 ‘태화강 동굴피아’나 솔마루길을 찾는 것도 좋다. 지난해 문을 연 울산 태화강 동굴피아는 일제강점기 군량미 창고로 만들어진 인공동굴 4개를 2013년 말부터 개발해 동굴문화단지로 조성한 곳이다.

1동굴(길이 60m)은 역사체험 공간으로, 제2동굴(길이 42m)은 어드벤처 테마로 각각 조성됐다. 제3동굴(62m)은 스케치 아쿠아리움을 테마로, 제4동굴(길이 16m)은 계절별 다양한 이벤트를 여는 공간으로 각각 꾸며졌다. 1∼3동굴이 연결돼 있고, 내부에는 소규모 공연장이나 카페가 있는 지하광장이 설치됐다. 특히 내부 온도가 21℃ 안팎을 유지하면서 여름 이색 관광지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동굴피아를 빠져나오면 도심 속에서 즐기는 남구 최고의 트레킹 코스, 솔마루길이 기다리고 있다. 울산의 생태통로라 불리는 솔마루길은 선암호수공원에서 시작해 신선산∼울산대공원∼문수국제양궁장∼삼호산∼남산∼태화강둔치까지 연결되는 총 24㎞의 도심순환 산책로다. 소나무가 울창한 산등성이를 따라 걷다보면 남구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남구는 올해 초 관광객들이 편리하면서도 경제적으로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남구 해피관광카드’를 도입했다. 관내 지역의 유료관광시설, 숙박업소, 음식점 등에서 한 장의 카드로 할인혜택을 볼 수 있다. 24시간동안 고래문화특구 등 남구의 관광지를 40% 할인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고 숙박시설과 맛집, 찻집, 공연 등에서도 쿠폰을 제공받아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남구 관계자는 “남구에는 관광 인프라 및 숙박시설이 잘 갖춰져 체류형 관광 여건이 조성돼 있다”며 “울산지역의 다양한 축제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활용해 관광객 증대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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