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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中 모쒀족의 모계사회, 가부장제를 고발하다



하루 15시간씩 주말도 없이 세계 최대 로펌의 변호사로 일하던 저자 추 와이홍. “나 같은 싱글 여성이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남자들과 달리 나를 지원해줄 아내가 없었으므로 일상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일을 누군가에게 맡길 수가 없었다.” 가족도, 취미도, 여유도 없는 삶에 질린 어느 날 회사에 사표를 던진다.

세계여행에 나선 그는 중국 윈난성의 모쒀족 마을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그곳에서 6년 넘게 머무른다. 모쒀족 마을은 현존하는 가모장제 모계사회다. 이 책은 추 와이홍이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다. 페미니즘의 고전 반열에 오른 ‘이갈리아의 딸들’이 남성 중심 사회를 전복한 상상력의 산물이라면 ‘어머니의 나라’는 성별에 대한 구분 없이 서로 존중하는 평등 사회에 대한 생생한 관찰기다.

모쒀족 여성은 성년이 되면 화려한 의식을 치르고 혼자만의 ‘꽃방’을 쓴다. 여성의 마음을 얻은 남성이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면 여성은 방을 열게 된다. 임신을 하면 이 아이는 어머니의 자식으로 인정받고 모계로 혈통이 이어진다. 가모장인 할머니, 할머니의 딸과 아들, 이 딸이 낳은 손주들로 이뤄진 대가족이 모쒀족 가정의 기본 단위가 된다.

우리가 경험한 가부장제 사회는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는 구조이지만 가모장제인 모쒀족 사회는 여성이 남성을 억압하는 곳이 아니다. 할머니의 남자 형제와 어머니의 남자 형제는 가정에서 충분히 존중받고 각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성은 부양의 책임을 떠맡지 않고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함께 일하고 뭐든 나눠 갖는다.

또 연장자에 대한 공경을 강조하지만 아이들도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고 존중받는다. 일터에서는 고용주와 일꾼이 대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결혼과 이혼이란 제도가 없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태어난 모계 가정에서 자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안정되고 평화롭게 생활한다. 우리가 속한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대안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분 좋은 책이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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