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 간 신경전에도 불구하고 올해 안에 이를 도출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한·미 연합 군사훈련 유예 조치는 남·북·미 간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밝혔지만 주한미군 철수는 북핵 문제와 상관없는 한·미동맹과 관련된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
3박4일간의 인도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11일 2박3일 일정으로 싱가포르 방문에 나선 문 대통령은 현지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ST)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문 대통령은 ST에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 항구적 평화 정착 과정을 견인할 이정표”라며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북한이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직후 “미국이 종전선언 문제까지 구실을 대며 미뤄 놓으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종전선언 문제가 북·미 협상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연내 종전선언 도출 목표를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시기와 형식 등에 대해서는 북한,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며, 남·북·미 간 추가적인 협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정상적인 궤도로 올라선 것은 불과 6개월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 시점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나가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모멘텀 유지 방안에 대해 “관건은 정상 간 합의의 이행”이라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다다르려면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비핵화 이행 방안을 더 구체화하고 한·미는 이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그러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유예는 대화를 지속하기 위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선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한·미동맹의 문제이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의제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어 “한·미 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올가을 평양 방문에 대해선 “당장 가을 평양 방문을 준비하기보다 (올해)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