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수는 좋은 지도자가 되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스타 선수들은 천부적인 재능과 함께 엄청난 정신력,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타고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일반 선수들의 훈련 성과나 심정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스타들이 은퇴 뒤 감독직을 맡다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이는 디디에 데샹(50) 프랑스 축구대표팀 감독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낸 데샹은 지도자로서도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장군’이라는 별명에 맞게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적재적소에 재능 넘치는 선수들을 활용하면서 프랑스를 최고의 팀으로 조련했다.
프랑스는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4강전 경기에서 1대 0으로 승리하고 결승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프랑스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에 단 1승 만을 남겨두게 됐다. 데샹은 경기 후 “정말 훌륭한 팀인 벨기에를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다”며 “어려운 일을 해낸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결승전에서는 누가 우리 상대로 올라올지 지켜보겠다”고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데샹은 선수로 참가한 프랑스월드컵에서 이미 한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프랑스월드컵에서 프랑스는 슈퍼스타 호나우두가 이끌던 최강팀 브라질을 결승전에서 3대 0으로 완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데샹은 주장 완장을 차고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공격형 미드필더인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을 탄탄하게 보좌했다. 이후 유로 2000대회에서도 또다시 프랑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아트 사커’ 전성시대를 수놓았다.
데샹의 리더 기질은 젊은 시절부터 인정받았다. 그는 프로 데뷔팀인 낭트에서 19세의 어린 나이에 주장 완장을 차고 팀원들을 이끌었다. 마르세유로 이적해서도 주장을 맡아 1993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했다. UCL 우승팀 주장 중 역대 최연소 선수였다.
선수 생활 내내 리더십을 발휘한 데샹은 지도자 생활도 빨랐다. 2001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프랑스 리그 AS모나코의 감독을 맡았다. 감독 생활은 더욱 탄탄대로였다. 그의 지도 아래 AS모나코는 2004년 UCL에서 레알 마드리드, 첼시 등 당대 최강의 팀들을 누르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과 2004년 리그 올해의 감독상도 그의 몫이었다. 이후 이탈리아 리그 유벤투스와 마르세유 등에서 감독 생활을 하다 2012년부터 프랑스 대표팀을 맡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한 뒤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프랑스가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데샹은 마리오 자갈로(브라질), 프란츠 베켄바우어(독일)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로 감독과 선수로서 모두 월드컵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한편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목전에 둔 프랑스는 축제 분위기다. 개선문이 있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프랑스의 결승 진출을 자축했다. 프랑스 언론 겟프렌치풋볼은 “엠마뉴엘 마크롱 대통령이 러시아를 직접 찾아 승리의 기쁨을 함께했다”며 “프랑스인들이 샹젤리제 거리에서 기쁨으로 모두 하나가 됐다”고 보도했다. 데샹과 프랑스의 운명을 결정지을 월드컵 결승전은 16일 0시에 시작된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