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 마드리드(Hala Madrid·나가자 마드리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사진)가 9년 전 레알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을 찾았던 순간 꺼냈던 말을 마지막 작별 인사로 남겼다. 호날두는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와 계약을 확정해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프리메라리가(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 유럽 주요 리그 정복에 나선다.
유벤투스는 11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호날두 영입 조건으로 레알 마드리드와 이적료 1억 유로(약 1300억원)를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키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유벤투스는 이적료 외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규정한 연대 기여금 1200만 유로(약 157억원)도 지급한다. 연대 기여금은 선수 교육과 훈련에 기여한 클럽이나 학교 등에 지불된다. 계약기간은 2022년 6월 말까지다.
구단은 호날두의 연봉에 대해 따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해외 언론은 호날두 연봉이 3000만 유로(약 394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연봉과 비슷한 액수의 세금도 구단이 지불하기로 해 4년간 유벤투스가 실질적으로 호날두에 지급할 액수는 2억4000만 유로(약 31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적료까지 합할 경우 유벤투스가 호날두 영입에 들인 돈만 3억4000만 유로를 훌쩍 넘기게 된다.
2002년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뛴 호날두는 2003년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눈에 띄어 프리미어리그로 옮겼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18골을 넣으며 맹활약한 이후 2009년 프리메라리가로 이적해 레알 마드리드의 또다른 전성기를 이끌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451골을 기록하며 네 번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비롯해 리그 우승 2회, 코파 델 레이 컵 우승 2회의 주역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한 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도 네 차례(총 5회) 수상했다.
호날두가 계약기간을 3년이나 남기고 팀을 떠난 것은 리그 라이벌 리오넬 메시나 네이마르 등 다른 축구스타에 비해 처우가 낮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ESPN은 “현재 호날두의 연봉은 3820만 유로로, 메시(7360만 유로)와 네이마르(6600만 유로)에 비해 매우 낮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에서의 세금 문제 역시 다른 리그로의 이적 배경으로 꼽힌다.
유벤투스는 안드레아 아넬리 회장이 호날두가 러시아월드컵을 마친 뒤 쉬고 있는 그리스로 직접 날아가 ‘세기의 이적’을 매듭짓는 열의를 보였다. 유벤투스는 7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달성하고도 최근 들어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마지막 우승이 1996년이었다. 지난해엔 호날두에 2골을 내주며 레알 마드리드에 1대 4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를 통해 “내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할 때라고 믿어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다”며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낸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