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서 갓 지은 밥맛 아세요? 그 맛과 똑같아요.”
냉동 즉석밥 제조업체 탭스푸드서비스의 배윤성(54) 대표이사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뜸 가마솥 이야기부터 꺼냈다. 배 대표는 최근 이마트와 손잡고 ‘밥맛 좋은 밥’ 7종을 시장에 선보이며 국내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었다.
냉동 즉석밥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즉석밥 시장은 계속 성장하는데 냉동 즉석밥을 만드는 곳이 없더라”고 말했다. 배씨는 일본에서 초밥에 쓰이는 밥도 냉동으로 만드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일본 협력사를 통해 기술을 배웠다.
즉석밥 시장은 크게 상온과 냉동밥 두 가지로 나뉜다. 냉동밥의 장점은 상온밥과 달리 갓 지은 밥을 급속으로 냉동해 해동 시 식감과 수분 보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또 질소를 넣고 포장해도 되지 않는 탓에 즉석밥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냉동 즉석밥으로 가마솥 밥맛을 내려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깨끗이 씻은 쌀을 1400도 가마솥에 넣는다. 이어 쌀의 윤기를 살리고 수분 증발 방지를 돕는 조미액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뜨겁게 달궈진 밥을 급속 냉각한 뒤 포장하면 완성된다.
배씨의 이력은 조금 특이하다.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엔 국내 대기업 화학계열사에 입사했다. 그는 “1997년 금융위기 겪으며 ‘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곧 사직서를 쓰고 유통·제조업에 손을 댔다. 돈이 조금 모이자 의약품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온도관리 전문기업 탭스인터내셔널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즉석밥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4년 210억원 규모였던 냉동밥 시장은 지난해 7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올해는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분석했다. 배 대표는 “미국·캐나다·뉴질랜드·홍콩·베트남 내 한인사회에서 제품 샘플을 보내달라고 연락이 왔다”며 “해외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고민도 많다. 시장 반응이 좋지 않으면 냉동밥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 인력이동이 잦은 중소기업의 특성상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현재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탭스푸드서비스 공장에는 정규직 6명, 아르바이트생 25명이 일하고 있다.
배씨는 “그래도 계속 도전할 것”이라며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내세울 수 있는 건 도전 정신이다”고 강조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