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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전북현대에 패했던 ‘흙수저’ 감독, 세계 축구판 흔들다

모드리치(왼쪽)를 껴안고 있는 다리치 감독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

즐라트코 다리치(42) 크로아티아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을 맡은 이후 중동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전북 현대 모터스에 패배했던 경험이 자신을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2016년 11월 다리치 감독이 이끌던 아랍에미리트의 알아인 FC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전북과 만나 1무 1패로 우승컵을 내줬다. 다리치 감독은 결승 2차전 때 박충균 전북 코치와 언쟁을 하다 주심에게 퇴장당하기도 했다. 다리치 감독은 “개인적으로 더 침착하고 차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에게 무릎 꿇었던 비주류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역사상 처음으로 크로아티아를 월드컵 결승으로 이끈 다리치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큰 경기를 앞두고 있다. 루카 모드리치, 이반 라키티치 등 화려한 선수단에 비해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조직력 있는 팀을 만들고 선수들의 투혼을 이끌어내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다리치 감독의 이력은 다른 팀 감독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감독으로서 거둔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2016년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이다. 유럽 유명 클럽팀은 문전에도 가보지 못했다. 다리치 감독은 2005년부터 12년간 알바니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유럽·중동 지역을 전전하면서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선수로서도 무명에 가까웠다. 하이두크 스플리트, 벨레즈 모스타르 등 크로아티아를 비롯한 동유럽의 클럽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 데뷔 후 몇 년 간은 거의 벤치를 지켰을 뿐이었다. 당연히 국가대표 경험도 없다.

그러나 다리치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능력을 입증하며 대기만성했다. 크로아티아는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아이슬란드·터키에 잇달아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리자 안테 카치치 감독을 경질하고 다리치 감독을 깜짝 소방수로 투입했다. 다리치 감독이 이끄는 크로아티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본선에 들어서자 오히려 다리치호는 조직력을 완벽히 구현하기 시작했다. 모든 전문가들이 크로아티아의 열세를 예상할 때마다 다리치 감독은 이를 보란 듯이 뒤집고 있다.

특히 조별리그서 ‘축구의 신’인 아르헨티나의 메시를 중원에서 완벽하게 봉쇄한 그의 전술은 백미였다. 김태륭 SPOTV 해설위원은 “상대팀을 철저히 분석해 모드리치와 라키티치, 마르첼로 브로조비치 등 활동력과 기술이 좋은 미드필더들로 하여금 경기를 장악케하는 전술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다리치 감독의 ‘신뢰의 리더십’도 팀이 전진하는데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의 열정과 팀워크를 이끌어내고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능하다. 우승후보였던 아르헨티나나 잉글랜드를 상대할 때도 당당히 “우리가 경기를 주도할 것이다. 크로아티아를 믿는다”고 장담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토너먼트 3경기 모두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는 등 헌신적으로 뛰며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필요할 경우 엄격한 카리스마도 발휘한다. 다리치 감독은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 당시 교체 명령에 불만을 품고 출전을 거부한 니콜라 칼리니치를 즉시 대표팀에서 내쫓았다. 이후 5경기 동안 크로아티아는 다른 팀보다 1명이 적은 22명의 스쿼드로 팀을 꾸려왔다. 특정 선수의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팀보다 우선일 수 없다는 감독의 의지는 선수들의 결속을 가져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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