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전 차종에서 음성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등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말로 내비게이션을 조작하거나 일정관리·검색·음악듣기 기능을 작동할 수도 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스마트폰이 되는 셈이다.
구글은 12일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이동식저장장치(USB) 케이블로 이어주는 서비스 ‘안드로이드 오토’를 국내에 출시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구글이 블루오션인 국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안드로이드 오토에는 카카오의 ‘카카오내비’가 탑재돼 있어 현재 SK텔레콤 T맵이 지배하고 있는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기능을 차량 내 디스플레이에 그대로 구현하는 서비스다. 구글의 인공지능(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가 적용돼 있어 음성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운전자는 차량 디스플레이를 터치하거나 음성명령을 내려 ‘내비게이션’ ‘전화·문자메시지 수발신’ ‘미디어 재생’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 ‘카플레이’와 함께 대표적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로 꼽힌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2015년 미국에서 판매된 쏘나타에 탑재된 뒤 미국과 유럽 등 국외 지역에 공급되는 현대·기아차에 장착돼 왔다. 현대·기아차 말고도 세계 31개국의 50개 이상 자동차 브랜드의 500여개 차량 모델에 탑재됐다.
다만 국내 판매용 차량에 안드로이드 오토가 탑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지 못하게 해 구글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지원하는 언어가 영어밖에 없었던 것도 걸림돌이었다. 구글 관계자는 “카카오내비와 손잡고 내비게이션 문제를, 한국어 지원 기능을 탑재해 언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은 사업 초기 단계다. 네이버는 올해 말까지 자사 AI 플랫폼 클로바를 적용한 ‘어웨이’를 차량 3000대에 장착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AI 플랫폼 ‘누구’와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을 결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KT는 연초 자체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기가드라이브’를 공개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앞으로 급성장할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의 두뇌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커넥티드카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억 달러(약 5653억원)에서 2020년 23억 달러(약 2조6000억원)까지 연평균 35%가량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안드로이드 오토 사용이 보편화되면 카카오내비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점유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월별 모바일 내비게이션 순 이용자 수 집계에 따르면 T맵 이용자가 1100만명, 카카오내비 400만명, 원내비 250만명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