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확산되고 있지만, 한편에선 양측 간 사태 해결을 위해 물밑 협상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미·중 양국의 정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2000억 달러 규모 대중(對中)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직후 대화 재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왕쇼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 방침 발표 직후 미국 측에 갈등 해소를 위한 양자 협상을 제안했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보복 조치를 예고한 바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사태 수습을 위한 대화 재개를 타진하는 모양새다. 왕 부부장은 블룸버그에 “무역문제가 있다면 대화로 풀어야 한다”면서 “대화 테이블에 앉아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미·중 고위급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지난 5월부터 세 차례 공식 협상을 가진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양측 간 고위급 소통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실무진 차원에서 대화만 물밑에서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가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부주석이 ‘키맨’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11일 베이징에서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을 접견하고 미·중 관계와 지방 협력 등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미·중 간 무역 갈등과 관련한 논의도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중이 서로 유화 제스처를 보내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가 결제대금 계좌(에스크로 계정)에 4억 달러를 예치함에 따라 제재를 해제키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ZTE는 미국의 대북, 대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지난 4월부터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돼 한때 경영 위기에 빠져 있었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화를 타진하는 한편으로 반(反) 트럼프 공동전선 구축도 시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세계무역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미국과 ‘경제적 냉전(economic cold war)’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피해를 본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런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SCMP는 분석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