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청 잔디광장.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를 찾은 관객들이 폭염에도 불구하고 야외 스크린 앞에 모여 앉았다.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 영화가 남한에서 공식 상영된 건 처음. 남북 영화계 교류가 이뤄진 첫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개막해 11일간 이어지는 올해 BIFAN은 ‘미지의 나라에서 온 첫 번째 편지’ 섹션에서 북한 영화 9편(장편 3편·단편 6편)을 특별 상영한다. 북한 영상물은 관계법령상 ‘특수자료’에 해당돼 국내 상영이 엄격히 제한돼 있으나 이번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영화제 측의 꾸준한 노력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따른 결과다.
북한 괴수영화의 고전 ‘불가사리’(1985), 북한·영국·벨기에 합작영화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2012) 등도 만날 수 있다. BIFAN 측은 초청작 감독·배우를 포함한 다수의 북한 영화인들을 초청했으나 아직 참석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한 이번 영화제에는 전 세계 53개국 290편(장편 163편·단편 127편)이 초청됐다.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는 ‘비스트’ ‘어두움’ ‘밤의 문이 열린다’ 등 12편이,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에는 ‘데스트랩’ ‘청춘빌라 살인사건’ ‘행복의 나라’ 등 8편이 엄선됐다.
스타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배우 겸 감독으로 활동 중인 구혜선은 지난 14일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고, 배우 설경구도 팬들과의 만남을 위해 오는 19일 영화제를 찾는다.
정우성의 배우 인생 25년을 조명하는 특별전도 진행된다. ‘비트’(1997) ‘강철비’(2017) 등 그의 대표작 12편이 소개된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정우성은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북영화 교류 자체에 목적을 두고 다가간다면 이룰 수 있는 것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