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송환 대화 매개로 종전선언 탄력 받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원본과 영문 번역본. 원본에는 ‘각하’ 표현이 6번 쓰였고 ‘관계 개선’이라는 용어가 2번 나왔다. ‘비핵화’ 관련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주 멋진 친서를 받았다”며 “위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트위터 캡처


미국과 북한이 15일 판문점에서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한 회담을 개최했다. 지난 12일 북·미 유해 송환 실무회담에 불참한 북한이 유엔군사령부 측에 장성급 회담 개최를 제의하고, 미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미군 유해 송환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6·12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신뢰 구축의 의미가 있다. 유엔사와 북한 판문점대표부 간 장성급 회담 채널이 복원됐다면 비핵화와 연관된 종전선언 논의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가 예정대로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 송환 관련 회담을 했다”며 “유해 송환 시기와 방식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담 참석자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 쪽에선 마이클 미니한 유엔군사령부 참모장(공군 소장)이, 북측에선 같은 급의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 판문점대표부 대표는 곽철희 소장이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날 오전 8시30분쯤 미국 대표단을 태운 것으로 보이는 주한미군 차량 3대가 통일대교 남단에 도착, 유엔 깃발을 단 뒤 판문점으로 향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판문점 유엔사 쪽에는 미군 유해를 넘겨받는 데 쓰일 나무 상자 100여개가 보관돼 있다.

유엔사와 북한 판문점대표부 간 장성급 회담은 2009년 3월 열린 게 마지막이다.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회담은 1998년부터 모두 16차례 열렸는데, 정전협정 준수 문제가 주된 의제였고 미군 유해 송환이 다뤄진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는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로 협정 준수 및 집행 책임을 맡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유엔사 채널을 통해 정전협정 체제를 환기시키면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문제와 사전에 있을 종전선언을 연쇄적으로 건드릴 수 있는 대화 통로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한 뒤 담화를 내 “미측이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까지 미루려는 입장을 보였다”고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북한 특유의 시간끌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이미 발굴한 유해를 미측에 넘겨주면 끝나는 일”이라며 “회담의 급을 높이고 의제를 추가하면서 보상조치와 연계해 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유해 송환 회담 결과는 향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주미 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미 간 후속협상이 곧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북·미 간 비핵화 워킹그룹과 관련해선 “미 국무부를 중심으로 협상팀이 꾸려지고 있고, 비핵화 등 실질적인 내용 측면에서 내부 조율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미측 워킹그룹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에 동행한 인사들이 주축이 될 전망이다. 국무부에선 알렉스 윙 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와 벤 퍼서 국제안보·비핵산담당 부차관보, 마크 램버트 한국담당 부차관보 대행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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