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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파일] 빈혈 동반한 노곤함


 
이재진 H+양지병원 혈액종양내과장


장마전선이 걷히며 열대야와 불볕더위로 인해 피곤함이 일상화됐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엊그제 노곤함이 역력히 묻어나는 기색으로 진료실에 들어선 가임기 30대 후반 나이의 S씨도 그랬다. 빈혈이 있다며 의자에 털썩 앉은 그녀는 “전 원래 늘 피곤해요. 게다가 요즘은 밤에 아이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에요. 여름철이라 그런가보다 싶어요.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빈혈이 있다고 해서…”라고 털어놨다.

여름철의 노곤함을 그저 계절성 통과의례려니 여기고, 빈혈의 주된 요인이 생리 때문일 것이라고 대충 추측하고 있다. 진료실에서 가끔 접하는 30∼40대 가임기 중년 여성의 모습 가운데 하나다.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약 55세다. S씨의 생리 양상을 확인해보니 월경과다로 철결핍성 빈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문진을 더 이어갔다.

“요즘 입맛은 어떠세요? 몸무게에 변화가 있으신가요? 혹시 배변 양상은?”

S씨는 이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얼마 전 변비가 생겨 부쩍 배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그녀에게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보자고 권했다. 검사결과 그녀의 장에서는 암이 발견됐다. 평소 빈혈을 느낀 것도 월경과다 때문이 아니라 대장암을 동반한 철결핍성 빈혈 때문인 것으로 판명됐다. 복부 불편감과 빈혈, 혈변 등은 대장암 환자들이 흔히 겪는 이상 증상들이다.

대장암은 발병 부위에 따라 증상 및 소견이 다를 수 있다. 배변의 변화는 왼쪽 부위 대장암에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며, 철결핍성 빈혈 증상은 오른쪽 부위 대장암에서 상대적으로 더 흔하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위암과 대장암 발생률이 가장 높고, 두 질환 다 발병 시 빈혈을 동반할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다달이 생리를 하는 가임기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빈혈과 함께 복부 불편감 등 위장관 증상이 있을 경우 위·대장 질환 때문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대장암은 45세 이후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45∼80세 사이의 성인은 분변잠혈검사를 1∼2년마다 받아보거나 5년 간격으로 한 번씩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암이 생겨도 가능한 한 초기에 조기 발견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암 역시 마찬가지다. 40세 이후부터 2년마다 위내시경검사가 권장된다. 검진을 통해 증상이 없거나 미미할 때 암을 일찍 발견하면 완치를 도모할 수 있어서다.

이재진 H+양지병원 혈액종양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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