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황제 펠레는 만 17세에 출전한 1958 스웨덴월드컵 스웨덴과의 결승전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세계 축구계에 자신의 시대를 알렸다. 그로부터 꼭 60년이 흐른 2018년 축구팬들은 펠레의 등장 당시 느꼈던 신선한 충격을 프랑스의 19세 소년을 통해 접하게 됐다.
프랑스의 신성 음바페는 16일(한국시간) 열린 러시아월드컵 크로아티아와의 결승전에서 후반 19분 중거리 슈팅으로 승리를 확정짓는 네 번째 골을 넣었다. 그의 활약으로 프랑스는 크로아티아에 4대 2로 승리하며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0대가 월드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기는 스웨덴월드컵의 히어로 펠레 이후 처음이다. 음바페는 이번 월드컵에서 4골을 넣으며 10년간 축구계를 양분하던 메날두(크리스티아누 호날두·리오넬 메시)를 밀어내고 자신의 시대가 올 것을 예고했다.
2015년 12월 프랑스 리그앙 AS모나코에서 1군에 데뷔한 음바페는 이후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7년 가장 어린 나이에 리그 10호골을 달성했고, 같은 해 12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통산 10번째 골을 넣으며 챔피언스리그 사상 최연소 10호골을 기록했다.
러시아월드컵은 음바페의 빛나는 재능을 뽐내는 무대가 됐다. 음바페는 수비수 1∼2명을 가볍게 제치는 빠른 돌파와 감각적인 슈팅 능력을 선보였다. 페루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프랑스 대표팀 최연소 득점을 기록한데 이어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는 2골을 몰아넣으며 메시를 월드컵에서 탈락시켰다. 음바페는 두 경기 모두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결승전 이후 음바페에게 “폭발적인 속도의 10대 축구 신동”이라며 빼어난 신인에게 주는 영플레이어상을 수여했다.
음바페의 빼어난 기량은 축구에만 경쟁적으로 집중하는 성실함으로 갈고 닦아졌다. 음바페의 프로계약을 성사시켰던 바딤 바실리예프 AS모나코 부회장은 미국 CNN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음바페는 숨 쉬듯 축구 생각을 한다. 축구 외에는 아무 것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며 “모나코가 우승했을 때조차 놀러 나가지 않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바실리예프 부회장은 “그는 모든 기록을 새로 세우길 원한다. 마치 호날두를 연상시킨다”고 덧붙였다.
해외 언론과 축구계 레전드들은 음바페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두려움을 모르는 무한한 재능”이라 극찬했다. 영국 BBC 해설위원인 전 잉글랜드 대표팀 리오 퍼디낸드는 “음바페는 호날두와 메시로부터 왕좌를 물려받을 선수다. 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는 향후 10년간 그의 것이 될 수 있다”고 호평했다.
펠레도 자신의 후예 등장에 흐뭇한 감정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에서 “월드컵 결승에서 골을 넣은 10대 선수는 2명뿐이다. 어깨를 나란히 해 기쁘다”며 “만약 네가 내 기록을 계속 따라오면 내가 축구화를 다시 신어야 할 수 있겠다”는 재치 있는 축사를 전했다.
현재 나이를 고려할 경우 음바페는 월드컵에만 최소 세 차례 이상 나갈 수 있다. 현재의 기량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음바페가 전성기에 다다를 약 10년 후에는 월드컵 최다 득점(독일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16골) 갱신도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음바페가 열어젖힌 새로운 시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