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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 배우러 온 미 고교생 시각장애인들 위해 목소리 기증

한국문화 연수 중 영어 목소리 기부에 참여한 미국 고교생들. 왼쪽부터 이페올라 오조, 트레이시 장, 니콜 델몰리노.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온 미국 고교생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기부해 귀를 쫑긋하게 하고 있다.

뉴욕에서 온 이페올라 오조(17)양 등 3명은 지난 11일 전주에 있는 전북점자도서관에서 3시간 동안 미국 인기 동화 ‘샬롯의 거미줄’을 소리 내어 읽고 또 읽었다. 이들은 120쪽에 이르는 책을 3부분으로 나눠 이날 첫 녹음을 했고, 이어 18일과 다음 달 1일까지 두 차례 더 녹음 작업을 해 오디오북으로 만들 예정이다.

이들 3명의 여고생은 미 국무부가 주관한 국가 언어계획 한국어 프로그램 참여 고교생들의 일원이다. 모두 20명인 이들은 지난달 27일 전북에 와서 1인 홈스테이를 하며 다음 달 9일까지 6주간 연수를 받고 있다. 전주 신흥고에서 하루 4시간씩 한국어를 배우는 한편 악기(소금)와 판소리, 합죽선과 매듭 만들기 등도 익히고 있다.

이번 영어 오디오북 제작은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발음 테스트를 통해 뽑힌 3명은 목소리 기부에 나섰고, 나머지 17명은 신흥고 영어 동아리에서 학생들과 대화시간을 갖고 있다. 한국어 강사인 박헤레나(전 평화방송 아나운서)씨는 아이디어 제안은 물론 대상자 선정과 녹음 작업을 도왔다.

오조양은 “녹음 과정에서 실수해서 재녹음을 하기도 했지만 즐거웠다”며 “이 교재가 지역 시각장애인은 물론 청소년들의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고교생 대상 국가 언어계획 한국어 프로그램은 2014년 시작돼 5년째 전북에서 진행되고 있다. 프로그램 디렉터인 김병용(52)씨는 “학생들이 어제 남북통일 기원 팔찌 만들기를 한데 이어 주말엔 비무장지대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한국 문화와 상황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는 모습이 보기 좋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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