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인 17일은 아침부터 더웠다. 서울광장에는 오전부터 햇볕이 따갑게 내리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했던 ‘퍼스트 도그’ 토리가 이곳에 등장했다. 토리는 동물권단체 ‘케어’가 초복을 맞아 개식용 종식과 유기견 입양 독려를 위해 진행한 행사의 초대손님이었다.
케어는 ‘I’m Not Food-먹지 말고 안아 주세요’ 행사를 열었다. 토리와 닮은 까만색 강아지 인형 2018마리도 함께했다. 토리는 학대받고 식용으로 팔려갈 뻔하다 구조된 뒤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에게 입양됐었다. 케어의 김태환 PD는 “구조 당시엔 털이 덥수룩하고 몸도 성치 않았는데 때깔이 많이 좋아졌다”고 흐뭇해했다.
행사에는 서민 단국대 의대교수와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심석희 선수가 참석해 명예 입양식을 가졌다. 김 선수는 “운동하다 힘들 때면 동물사진을 보면서 힐링한다”며 “모든 유기견들이 토리처럼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 선수는 “언젠가 여건이 되면 꼭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고 싶다”고 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는 개식용 반대운동을 향한 시선도 많이 달라 있었다. 운동 초기만 해도 ‘엉뚱한 소리’ 하는 사람들로 불렸지만 이제는 자원봉사 경쟁이 치열하다. 자원봉사자 이지수(21)씨는 “처음에는 떨어졌는데 어제 급하게 충원돼 정말 좋았다”며 “연구실 보조일을 해야 하는데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광장을 지나가던 김여작(77)씨의 오른손에는 저녁에 먹을 삼계탕 재료가 든 봉지가 들려 있었다. 그는 “예전처럼 먹을 게 없지도 않은데 개고기를 먹을 필요가 없다”며 “친구들 단체 채팅방에서도 ‘복날이라고 개고기 먹진 말자’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는 광장을 가리키며 “저런 게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모(78)씨도 “옛날에는 개고기를 많이 먹었다”며 “요즘엔 사람들이 동물에 관심을 많이 가지니 아무래도 먹는 걸 지양한다. 주변에도 먹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미국 ‘동물을 위한 마지막 기회(LCA)’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공개한 ‘개고기 인식과 취식 행태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도 개식용 반대 여론이 높았다.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개식용 반대는 46%였고 찬성은 18.5%에 불과했다. ‘어느 쪽도 아니다’는 35.5%였다. 이들 단체는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식용 개 농장에서 태어나 폐사한 개 사체 11구를 꽃상여에 태워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