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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사이즈보다 質” 책 만드는데 9개월 공들여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
노세 나쓰코·마쓰오카 고다이·야하기 다몬 지음, 정영희 옮김
남해의봄날, 304쪽, 1만7000원


1995년 인도 남쪽 지방에 있는 도시 첸나이에는 이색적인 출판사 ‘타라북스’가 들어섰다. 출판사를 차린 사람들은 “책 읽기의 순수한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출판사는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그림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타라북스를 이렇게 평가한다. 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출판사라고 말이다.

인쇄 기술이 발전한 요즘엔 책은 금방 찍어낼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이 회사 직원들은 정성을 다해 책을 만든다. 책을 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9개월. 직원들은 주문이 들어오면 폐직물을 가공해 종이를 제작하고 판화 기법 중 하나인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책장을 한 장씩 인쇄한다. 저자를 발굴하고 표지를 디자인하는 데에도 공을 들인다.

타라북스가 2012년 출간한 저 책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불멸의 방주’다. 두루마리와 비슷한 이른바 ‘파투 방식’을 활용했다. 전통 파투 방식에서는 위에서 아래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 책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토리가 뻗어나간다.

‘우리는 작게 존재합니다’를 펴낸 저자 3명은 타라북스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 회사의 철학에 깊이 공감했고, 2년 넘게 대표와 직원들을 심층 인터뷰해 이 책을 펴냈다. 타라북스는 이문을 좇아 회사 규모를 키우는 데 몰두하기보단 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출판사 대표인 기타 울프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규모를 크게 만드는 것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의 퀄리티가 떨어집니다. …책의 질, 동료들 간의 관계, 일과 사람의 관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게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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