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화는 사자성어 ‘금의환향(錦衣還鄕)’의 뜻을 얘기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어린 나이에 프랑스로 유학 갔다가 19세에 독일 명문악단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이자 최연소 종신단원이 된 청년 김유빈(21)을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금의환향한 소감을 묻자 “내가 정말 즐기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했고, 그 일로 성공해서 기쁘고 감사해요”라며 함박웃음을 보였다.
그는 충남도립교향악단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아버지 김종관(53)씨 덕분에 어릴 때부터 음악을 가까이했다. 처음 플루트를 잡은 건 아홉 살 무렵이었다. “엄마(김춘희·50)가 취미로 플루트를 배웠어요. 제가 엄마 걸 장난삼아 불었는데 소리가 났어요. 엄마가 ‘난 아무리 불어도 소리가 안 나던데’라며 신기해했죠.”
음악가의 길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아는 부모는 그가 플루트에 빠지는 걸 기뻐하지 않았다고 한다. “저도 왜 제가 그렇게 플루트를 좋아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플루트 부는 게 좋아서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해 이렇게 저렇게 불어봤어요. 플루트는 섬세하고 높은 소리를 내는 동시에 당당하고 씩씩한 소리를 내는 악기예요. 그 매력에 푹 빠졌죠.”
그의 아버지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도 안 시키는데 스스로 열심히 연습하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대전이 집인 김유빈은 서울 예원학교 1학년 때 KTX로 통학을 하고, 2∼3학년 때는 학교 앞에서 혼자 자취를 했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새벽에 일어나 밥 먹고 졸다가 내릴 역을 놓치기도 했는데 별로 힘들었던 기억은 안 나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이런 낙천적인 성향 덕분일까. 어린 나이에 혼자서 척척 어려운 관문들을 넘었다. 프랑스 리옹 국립고등음악원 학사과정을 마쳤고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2014년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한 데 이어 이듬해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페스티벌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어떤 이는 그를 ‘플루트 천재’라고 하지만 부친은 “유빈이가 워낙 플루트를 좋아했고, 이 악기와 조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김유빈은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첫 단독 연주회를 갖는다. 1부에서 가브리엘 포레와 필리프 고베르 등 프랑스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하고, 2부에서는 독일의 카를 라이네케와 파울 힌데미트의 곡을 들려준다. 이 연주에 앞서 19일엔 충남 공주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부친이 소속된 충남도향과 협연한다. 이 협연에 대해 그는 “정말 기대가 된다”며 즐거워했고, 부친은 “설렘에 잠이 안 온다”며 기뻐했다.
앞으로 김유빈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오케스트라 단원이 좋고요, 그냥 언제든지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열심히 하는 이 청년의 다음 모습이 기대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