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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부담?… 美 ‘금리 인상 랠리 중단’ 시사

사진=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랠리’에 제동을 걸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벌어져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통화 당국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제롬 파월(사진) 연준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경제지표는 강한 고용시장과 더불어 미국 경제가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당분간(for now)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 발언의 전반적인 내용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파월 의장의 발언 중 ‘당분간(for now)’이라는 새로운 표현이 등장했다. 이 문구를 쓴 원인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보인다. 그는 미·중 무역전쟁에 대해 “아직까지 연준의 경제 전망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경기 하강 리스크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투자은행들은 이 발언에 대해 새로운 소통방식이며 올해 두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내년부터 달라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한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 최종적인 기준금리 수준을 놓고 불확실성이 확대됐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JP모건은 “금리 인상을 너무 늦게, 또는 너무 빠르게 하는 것 모두를 지양하고 경제 여건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점진적’이라는 말은 ‘분기별’과 거의 동일한 의미”라며 “경제지표가 무역전쟁 등으로 악화될 경우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재정정책 등으로 경기가 과열될 경우 빨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여기에다 파월 의장은 미 국채의 장·단기금리 차이를 언급하면서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면 통화정책이 생각보다 긴축적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하면서 ‘주시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채권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준금리 인상 랠리가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10년 만기와 2년 만기 국채의 금리 차이는 올해 들어 0.5% 포인트 미만으로 떨어진 뒤 계속 좁혀지고 있다. 두 채권의 금리 차이는 파월 의장의 발언 영향으로 지난 13일에 이어 17일 11년 만에 최저치(0.24% 포인트)로 좁혀졌다. 3개월짜리 미 국채 수익률은 2008년 6월 17일 이후 10년 만에 연 2%를 돌파했다. 이제 2%대를 넘지 못한 건 1개월짜리 초단기 채권밖에 없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국채수익률 곡선의 ‘평탄화’는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 근접했음을 보여준다며 금리 인상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채권수익률 평탄화는 장·단기 국채의 수익률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한다.

세계최대 채권운용회사 핌코는 단기적으로 채권수익률 평탄화가 진행될 것이고, 10년 만기 국채와 3개월 만기 국채 간 수익률이 역전될 경우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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