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여름은 굉장히 덥다. 섭씨 40도가 넘는 건 보통이고 남부지역은 심하면 47도를 넘을 때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여름에 가능하면 화식을 피하고 찬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스페인 사람들이 더위를 이기는 여름 보양식이 ‘가스파초(Gazpacho)’라는 찬 야채수프다. 여기에 바게트 사이에 하몬을 넣어 만든 ‘보카디요’라 불리는 빵 하나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하몬이 없으면 그냥 빵을 수프에 찍어 먹어도 된다.
가스파초 만드는 레시피는 비교적 간단하다. 보통 재료 10개를 믹서기에 함께 넣고 갈면 된다. 4인분용으로 토마토 6개, 오이 1개, 양파 1개, 빨간 파프리카 2개, 마늘 2∼3쪽,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 올리브유 4큰술, 와인식초 4분의 1컵, 레몬즙 약간 등이다. 들어가는 재료만 보아도 건강식임을 알 수 있다. 재료는 취향과 기호에 따라서 가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4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어 차게 만든 후 먹는다. 이때 좋아하는 야채들과 빵으로 고명을 만들어 수프에 넣어 먹을 수도 있다.
가스파초는 원래 이슬람 음식으로 아라비아어로 ‘젖은 빵’이라는 뜻이다. 8세기 이슬람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할 당시에 무더위로 유명한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요리법이 전해져 시간이 흐르면서 스페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가스파초가 건강식인 이유는 토마토엔 ‘라이코펜’이란 영양소가 풍부한데,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생기는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라이코펜의 활성산소 제거 능력은 베타카로틴의 2배 이상, 비타민E의 100배 이상이란다. 게다가 음식에 포함된 비타민C는 열을 가하면 쉽게 파괴되는데, 가스파초는 불을 쓰지 않으니 함께 들어가는 양파나 오이 등 채소에 포함된 비타민과 영양소를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다. 시원 새콤한 감칠맛이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세종대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