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평양행’ 8월로 앞당기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1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에서 위원들과 대화하다 밝게 웃고 있다.


9월 유엔총회서 3국 정상 만나 종전선언 할 가능성 고려
가을로 잡았던 남북 정상회담 이르면 내달 말 개최 방안 검토


문재인 정부가 남북, 남·북·미 3국 정상회담 띄우기에 나섰다. 북·미 간 비핵화 후속회담이 지지부진하자 정상 간 연쇄 만남으로 협상 동력을 되살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19일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어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달 15일 2차 회의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추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간 분과별로 회의를 진행했는데 그 내용을 종합적으로 공유하고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선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분야별 합의사항 이행과 함께 비핵화 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만큼 남·북·미 3국 정상회담 문제도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오는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3국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르면 다음 달 남북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문 대통령의 가을 평양 방문은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내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가을 평양 방문을 약속한 만큼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시기는 8월 말∼11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에는 5·26 깜짝 정상회담처럼 전격적으로 회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소통 채널이 구축돼 있다.

영국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강 장관은 한국 특파원 간담회에서 9월 유엔총회 계기 3국 정상회담에 대해 “예단하기도 어렵고 구체적으로 협의 중인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언제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연내 종전선언’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강 장관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미국 정부의 기류를 감안한 것이다.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은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직후 극명하게 드러났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공정이라며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 정부로서는 비핵화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종전선언부터 하기는 부담이 너무 크다.

따라서 남·북·미 정상회담은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을 얼마나 좁히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북·미가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 협상을 마무리한 만큼 비핵화 후속 회담에 집중해 성과를 낼지가 관건이다. 일본의 한 언론은 유엔총회 정상 토론 연설 명단에 북한에선 각료급이 참석하는 것으로 돼 있어 김 위원장이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은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명단은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고 했다.

남북이 한자리에 모이는 가장 가까운 외교 일정은 8월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다. 강 장관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 간 회담이 성사되면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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