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에서 딴 동메달을 들고 환하게 웃는 ‘카자흐스탄의 피겨 영웅’의 모습이 그의 영정사진으로 걸렸다. 장례식장에는 그가 숨지기 직전 만든 노래 ‘그녀는 내 것이 아니다(She won’t be mine)’가 흘러나왔다.
25세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한국계 카자흐스탄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의 장례식이 21일(현지시간) 알마티 시내에 있는 발라샥 스포츠센터에서 시민장으로 거행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텐이 매일 연습을 하던 스포츠센터에는 시민 수천 명이 몰렸다.
카자흐스탄 시민들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첫 동메달을 안겨준 텐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했다. 한 팬은 ‘당신을 지키지 못한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눈물을 흘렸다. 텐의 흑백사진 옆에 ‘전설(THE LEGEND)’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머리 위에 들고 묵묵히 서 있는 팬도 있었다. 조문하던 시민들은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흐느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텐은 뛰어난 성품을 지녔었고, 진정한 애국자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에 대한 밝은 기억은 항상 우리 마음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텐과 소치올림픽 갈라쇼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연아 선수는 인스타그램에 “그는 정말 성실했고 피겨스케이팅을 너무 사랑했던 선수”라고 애도를 표했다.
텐은 지난 19일 알마티의 한 거리에서 자신의 차 백미러를 훔치려던 괴한들을 제지하다 흉기에 찔려 과다출혈로 숨졌다. 용의자 2명은 카자흐스탄 남부 출신으로, 21일 모두 검거됐다. 카자흐스탄의 국민영웅인 텐은 일제의 고종황제 강제퇴위와 군대 해산에 항거해 의병을 일으킨 민긍호의 외고손자다. 텐은 그동안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밝혀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