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몇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 중 하나인 쿠바가 42년 만에 사유재산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헌법에 있던 ‘공산주의 사회 건설’ 문구도 개헌안에서 생략됐다. 이에 따라 쿠바의 사회주의 경제 노선이 일대 변화를 맞게 됐다.
쿠바 의회인 전국인민권력회는 사유재산 인정 및 시장경제 도입, 국가평의회 의장 임기 제한, 총리직 신설, 동성결혼 허용 등이 포함된 개헌안을 지난 21일 총회에서 가결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국인민권력회는 쿠바의 정치·경제·사회 변화를 반영하고 ‘지속가능한 사회주의’를 정립하기 위해 개헌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쿠바는 국유재산과 협동재산, 농민의 재산권만 인정해 왔다. 개헌안에는 사유재산 인정과 외국기업 투자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로이터통신은 쿠바의 경제성장률이 2016년 마이너스 0.9%, 올해 상반기 1.1%에 그치는 등 기존 사회주의 경제정책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에 해당하는 국가평의회 의장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장 임기는 5년 중임으로 제한되고, 총리직이 신설돼 내각에 대한 권한은 이원화된다. 하지만 공산당 일당 체제는 바뀌지 않는다.
에스테반 라소 국회의장은 이번 개헌안에 대해 “우리의 사상을 버리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쿠바는 사회주의와 주권, 독립, 번영이 지속가능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안은 11월 공청회를 거친 후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