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마운드… AG 야구 심상찮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은 야구계에서 진리다. 안정적인 투수력은 단기전인 국제대회 경기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데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선동렬호의 투수진이 심상치 않다. 한국야구 부동의 에이스와 마무리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류현진(LA 다저스)이 미국으로 떠난 뒤 한국프로야구(KBO)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고 있는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최근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7이닝 동안 11점을 내주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5이닝 동안 5점을 내준 지난 8일 LG 트윈스전에서는 홈런 2방을 맞았다.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지난 3일 한화전에서도 2점을 모두 홈런으로 내줬다.

지난 22일 등판에서는 더욱 좋지 않았다. 홈런은 맞지 않았지만 무려 6개의 볼넷을 내줬다. 볼넷과 홈런의 증가는 제구력의 난조를 의미한다. 결국 5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달 7일까지 2.81을 기록하고 있던 평균자책점은 3.57까지 올라간 상태다. 지난 3시즌동안 무려 578이닝을 던진 후유증이 이제야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량의 블론세이브가 기록되고 있는 2018 KBO 리그에서 홀로 빛나던 최강의 마무리 정우람(한화 이글스)도 후반기에는 심상치 않다. 18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멜 로하스에게 끝내기 투런 홈런을 맞더니 지난 2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일찌감치 8회에 등판했지만 결국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 삼성전에서 내준 4개의 안타는 시즌 최다 피안타였다. 정우람은 후반기 3번 등판해 2이닝 3실점 중이다. 연투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얻어맞았다는 점이 뼈아프다. 전반기 36경기에 등판해 단 한 번도 패전투수가 되지 않았던 정우람은 후반기 등판한 3경기에서 벌써 두 번의 패전투수 기록을 남겼다.

두 선수 모두 군계일학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현재 양현종을 제외하고 아시안게임 선발진에서 가장 좋은 기록을 내고 있는 선수는 10승을 올린 이용찬(두산 베어스)이지만 이용찬도 지난 20일 4실점하며 부진했다. 마무리 투수 중에는 정우람을 제외하면 2.55의 평균자책점에 19세이브를 기록한 함덕주(두산)의 성적이 가장 좋다. 하지만 함덕주는 올해 첫 풀타임 마무리를 맡은 23세의 젊은 선수다. 류현진도 신인시절인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좋지 않았다.

이들의 부진은 아픈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김재박호는 첫 경기인 대만전부터 2대 4로 패하며 사실상 금메달이 좌절됐다. 롯데 자이언츠의 에이스 손민한이 홈런 2개를 포함해 4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이어진 일본전에서는 삼성의 ‘끝판왕’ 오승환이 당시 사회인야구팀 소속이던 초노 히사요시(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 결승 쓰리런 홈런을 맞았다. 이번 아시안게임 첫 상대도 대만이다. 개막이 한 달도 채 안 남은 가운데 최고의 투수들이 부진하면서 ‘금메달이 본전’이라는 선동렬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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