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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아파르트헤이트 이어 DMZ도 무너질 것”

미국의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잭슨 목사는 한국의 크리스천을 향해 “Be Activist(활동가가 돼라)”라고 주문했다. 여리고성을 무너뜨린 여호수아처럼 한반도 분단 극복을 위해 비무장지대(DMZ)에서 기도하자고 했다.강민석 선임기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후계자를 자처해온 미국의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가 3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986년에는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서였지만 이번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방한했다. 잭슨 목사는 23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베를린 장벽, 아파르트헤이트가 무너지듯 한국의 DMZ도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도 무너졌으며 한국의 DMZ(비무장지대)도 무너질 것입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77) 목사가 한국을 찾았다. 1986년 서울 동교동 자택에 가택연금 중이던 김대중 당시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을 응원하고 전두환 정권에 민주화를 촉구하기 위해 방한한 이후 32년 만이다. 이번엔 한반도 평화가 주제다. 잭슨 목사를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잭슨 목사는 먼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인 구약성경 역대하 7장 14절을 암송하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들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

잭슨 목사는 “이 땅에 대한 하나님의 치유, 즉 한반도의 분단 종식이란 말씀을 품고 14시간 비행을 감수하고 왔다”고 말했다. 192㎝의 거구에 건강한 혈색이지만, 그는 지난해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 얼굴 표정은 여전히 온화한데 말투가 조금 더뎠다. 4시간 주기로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앞으로 닷새간 한국에서 가장 기대되는 일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바로 이것(국민일보 인터뷰)”이라고 대답하는 등 재치있게 문답을 이어갔다.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동역하다가 1968년 킹 목사 암살 때 멤피스 현장에 계셨고 이후 킹 목사의 소명을 이어오셨습니다. 킹 목사는 어떤 분이셨습니까.

“그는 세계를 열쇠 구멍으로 본 게 아니라 활짝 열린 문을 통해 바라봤습니다. 소수인 흑인이면서 인류라는 다수의 비전을 가졌던 분입니다. 성경에서 예수님도 소수였지만 다수를 끌어안았죠. 넬슨 만델라(전 남아공 대통령)도 그랬습니다. 모두를 담을 비전이 있던 분이었습니다.”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 히비야홀에서 열린 재일동포 지문날인 폐지 캠페인에도 동참해 주셨습니다.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차원에서 일한 겁니다. 인종 종족 종교적 차별에 반대합니다. 월드컵을 보십시오. 축구란 통일된 규칙으로 세계를 묶지 않습니까. 그 안에 피부색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이 없지 않습니까. 월드컵처럼 모두가 존중받는 하나의 규칙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한국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저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이제 사우스코리아까지 왔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한국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이웃들이 유엔군에 지원해 한국에 가서 싸웠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꿈꿨어야 할 이들이, 대학에 진학해야 할 이들이 한국에 와서 전사했습니다. 자유를 위해 싸웠죠. 인명 피해가 400만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살던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당시 인종차별이 극심했습니다. 투표권도 없었고요. 저는 공공도서관을 이용한다는 이유로 체포당했죠.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끈질기게 투쟁해 왔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선 한쪽만 자유로워선 안 됩니다. 양쪽 다 자유로워야 합니다. 두려움으로부터 분단으로부터 가족 이산으로부터 자유로워집시다.”

잭슨 목사는 1968년 미국 침례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흑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84년과 88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도 뛰어들었다.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제3세계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2000년 미국 정부로부터 ‘자유를 위한 대통령 메달’을 수상했다.



이번엔 민중당 김종훈 대표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잭슨 목사는 이날 오후 6시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평화기도회에 참석했다. 24일엔 국회 강연이 예정돼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영상 취재=김평강 pe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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