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하나가 하늘 위로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우간다의 새파란 하늘과 대조적으로 축구공은 낡고 지저분하다. 말이 좋아 축구공이지 종이 박스를 뭉쳐 속을 채우고 말린 바나나잎과 노끈을 엮어 만든 ‘둥근 물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축구화는 고사하고 학생 대부분은 흙투성이 맨발이다. 그러나 축구를 하는 아이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지난달 중순 아프리카 동부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서쪽으로 256㎞ 떨어진 호이마 키지란품비. 이곳은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수도에서 6시간 이상 차량으로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다. 우간다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인 이곳에 위치한 왐바비아 초등학교에 월드비전은 교실 및 도서관, 교사 숙소 설립 등을 지원하고 있다.
왐바비아 초등학교에 ‘월드비전 우간다 모니터링’팀이 도착하자 축구를 마친 학생들이 모여든다. 운동장에 초콜릿 향기가 나는 듀란타꽃으로 ‘WELCOME’(환영) 글자를 만들고, 타악기 연주를 시작한다.
“음웨발레 퀴자♪∼ 아바제니 바이투♪∼” 타악기 리듬에 맞춰 우간다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른다. 우간다 현지어로 손님을 환영한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특유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모니터링팀 단장)와 김희수 월드비전 본부장도 학생들과 어울려 춤을 춘다.
학생들의 이러한 환대는 월드비전 지원의 결과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교실 바닥은 흙먼지가 날렸고 모래벼룩이 득실거렸다. 창문이 없어 비 오는 날은 수업을 할 수 없었다. 화장실도 비위생적이고 구멍이 너무 커서 행여 빠질까 조심해야 했다.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학교 시설은 많이 개선됐지만 학생 개개인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신발이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책가방이 없어 비닐봉투에 책을 넣고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1996년부터 초등학교 무상교육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남아선호사상과 조혼 풍습으로 여학생들의 중퇴율이 여전히 높다.
월드비전 모니터링 팀은 필통 연필 등 학용품과 축구공 도시락 물통 등을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7학년에 재학 중인 산유 임마큘레이트는 “학용품 선물도 기뻤지만 월드비전 팀이 저희와 어울려 춤추고 함께 놀이를 해서 더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성진 단장은 “우간다 지원 프로그램은 자립과 미래로 귀결된다”며 “아이들은 우간다의 미래이고 자립이 가능해야 희망이 생긴다”고 했다.
우간다=사진·글 김지훈 기자 d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