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위성사진 판독 공개… 당국도 “2주 전부터 해체” 파악
북·미 정상회담 약속 첫 이행… 종전선언 맞교환 활용 가능성
남북 이산가족 상봉 시설 보수 유엔 대북 제재 예외 인정받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핵심시설인 평북 동창리 서해미사일발사장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정보 당국 등이 파악한 해체 시작 시점은 약 2주 전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3차 방북(7월 6∼7일) 직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실행에 옮기는 의미가 있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서해미사일발사장 내 일부 시설이 해체됐다고 분석했다. 발사 직전 발사체를 조립하는 궤도식 구조물과 엔진 시험대에서 해체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이 포착됐고, 해체된 구조물이 바닥에 놓여 있는 장면도 식별됐다. 해체 현장에는 대형 크레인과 차량이 배치됐다. 다만 주처리 건물과 연료·산화제 벙커, 발사탑은 일부만 해체됐거나 아직 그대로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38노스와는 별도로 한·미 간에 파악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다”고 확인했다. 이달 초 평양을 방문했던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대로 미사일시험장 폐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파악된 북한의 움직임은 발사장 폐기를 위한 사전 작업에 가깝다. 북한은 핵심 시설 해체를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면 이를 종전선언과 맞바꾸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즈음 미군 유해를 송환해 종전선언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종전선언 채택은 반드시 거쳐야 할 첫 공정”이라며 “이미 결실을 보았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정권수립 기념일인 9월 9일 전 북·미 관계 개선과 체제안전 보장 차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역시 비핵화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종전선언을 쉽게 내줄 분위기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미 정부는 오히려 대북 제재망을 바짝 조이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최근 미국을 방문했을 때 스티븐 멀 국무부 정무차관 대행은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 때 김영철 부위원장에게 핵 프로그램 리스트와 타임 테이블 제출을 요구했지만 북측은 ‘종전선언이 먼저’라고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북·미 간 종전선언 시기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두고 입장차가 여전히 큰 것이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움직임에 기대감을 보였다.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은 징조”라며 “비핵화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종전선언을 하기 위해 남·북·미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연내 선언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시설 개보수에 필요한 물자와 관련해 “유엔에 대북 제재 예외 인정을 요청했고, 오늘 ‘예외를 인정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