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바다·이지훈의 성공
힘 되는 동시에 부담으로도 작용
이 좋은 음악 잘 표현하고 싶다”
무대에 선 강타(본명 안칠현·39)에게서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엿보였다. 22년 경력의 베테랑 가수에게 흔치 않은 모습. 상대 배우와 마주 보고 설렘의 감정을 노래하는 순간에도 그의 표정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뛰어든 떨림, 더 잘해내고 싶다는 의욕 때문이었을 테다.
강타는 23일 서울 강남구 드레스가든에서 열린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제작발표회에서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을 마친 뒤 홀가분한 얼굴로 입을 뗐다. 그는 “아직 정식 무대에 서지 않았으니 ‘신인배우’라 할 수도 없다. 뮤지컬계에서는 ‘연습생’이다. 열심히 배우고 있는 단계”라고 미소를 지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남자 주인공 로버트 역으로 합류한 강타는 다음 달 11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1996년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리드 보컬로 데뷔해 줄곧 정상급 뮤지션으로 활동해 온 그가 뮤지컬 배우로서 관객을 만나는 건 처음이다.
아이돌 시절을 함께한 옥주현(핑클), 바다(S.E.S), ‘절친’ 이지훈 등은 이미 뮤지컬계에 성공리에 안착했다. 강타는 “세 친구 모두 (이제 막 시작하는) 제게는 힘이 되기도,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하는 존재들”이라고 털어놨다.
“옥주현과 바다는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들이라 잘할 줄 알았어요. 솔직히, 저는 뮤지컬 무대에 설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확신을 갖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죠. 이지훈에게 그런 고민을 얘기했더니, 도전해보라더군요. 그 덕에 용기를 얻었죠.”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주부 프란체스카(김선영 차지연)와 촬영차 마을에 온 사진작가 로버트(박은태 강타)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옥주현-박은태 원 캐스트(한 배역에 한 사람만 캐스팅하는 것)로 초연됐다.
강타는 “음악이 주는 힘이 굉장한 작품이다. 대부분의 넘버들이 신(神)의 영역에 닿아있는 음악이란 생각이 든다”고 들뜬 듯 말했다. 이어 “이 좋은 음악을 잘 표현하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는데 막상 연습을 해보니 쉽지 않더라.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웃었다.
동료 배우들은 한입으로 강타의 성실함을 칭찬했다. 로버트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박은태는 “내가 본 연예인 중 가장 열심히 하더라. 뮤지컬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 왜 강타라는 사람이 20여년 동안 저 위치에 있는지를 느꼈다”고 얘기했다.
프란체스카 역의 차지연은 “어릴 때부터 TV에서 봐 온 스타라 긴장했었는데 누구보다 따뜻하고 친절하더라. 이번에 팬이 됐다”고, 김선영은 “새로운 분야에 오면 예민해지거나 경계심이 생길 수도 있는데 강타는 그런 게 없다.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를 배려하는 여유가 있다”고 고마워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