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직접 현장검증 입장 분명히
종전선언 대가론 부족 판단… 내일 유해송환 가늠자 될 듯
미국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장 및 조립시설 폐쇄 움직임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초점을 ‘검증’에 맞췄다.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시설을 하나 둘 해체하면서 성의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종전선언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지부진했던 비핵화 협상이 다시 꿈틀대고는 있지만 첫 관문인 종전선언을 놓고 북·미 간 입장차가 여전히 커 가시적 성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북한이 평양 인근의 ICBM 조립시설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25일 보도했다. 지난 20∼24일 촬영된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평남 평성 소재 ‘3월16일 자동차 공장’ 내 미사일 조립시설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 이 시설에서 ICBM ‘화성 15형’을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평북 동창리 서해미사일발사장에 이어 ICBM 조립시설까지 해체 수순을 밟자 한·미 정상은 반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자리에서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한 데 이어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하는 것으로 한·미 두 나라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4일(현지시간) “북한이 핵심 미사일 시험장 해체 절차를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사진들이 나왔고, 우리는 그것을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미 정부는 그러면서도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리는 북한이 엔진 시험장을 해체하는 현장에 감독관이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종전선언에 대한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일과 북·미 정상이 합의한 미군 유해 송환이 향후 한반도 비핵화 과정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연내 종전선언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가급적 조기에 종전선언이 이뤄졌으면 하는 게 정부의 바람”이라며 “당사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조기에 종전선언이 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과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고와 검증이 우선이라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종전선언으로 화답하라는 북한의 입장 사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당장 정전협정 체결일인 27일에 북한이 미군 유해를 일부 송환할지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6·25전쟁 때 북한 지역에서 사망한 미군 유해를 돌려받기 위해 조만간 방한할 예정이라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방송은 “북한이 유해 송환 작업을 최종 승인하지 않아 이날 유해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쿵쉬안유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5일 북한을 방문했다. 쿵 부부장은 방북 기간 북·미 간 비핵화 후속협상에 대한 중국 입장을 설명하고 종전선언 문제에 관한 의견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정전협정 체결 당사자로서 한반도 전쟁상태 종식과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강준구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