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는 농약 없이 농사를 지어 논밭에 메뚜기가 지천이었다. 그래서 학교 앞에 메뚜기를 구워 파는 장사들이 많았다. 고소한 게 맛있었다. 세계를 다녀보니 나라마다 진기한 음식이 많았다. 콜롬비아 부카라망가라는 곳에서는 마치 우리나라 메뚜기처럼 불개미를 구워 팔았다. 남부지방에는 ‘라톤(Raton)’이라는 큰 들쥐 요리가 있었다. 생김새는 쥐와 토끼의 중간 형태다. 그 지역 명물요리라 하여 맛 보긴 했으나 먹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또 다른 신기함 하나. 중남미 사람들은 바나나를 굽거나 튀겨서 주식으로 먹는다는 게 사실이었다. 우리가 먹는 바나나보다 큰 ‘플라타노’라는 품종을 그렇게 요리했다.
두 번째 근무지 브라질에서는 돼지의 귀와 꼬리를 콩과 함께 넣고 푹 고은 ‘페이조아다’가 과거 사탕수수 농장 노예들이 먹던 음식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여기에 고기와 소시지 등을 더 집어넣어 먹는데 맛이 진한 게 일품이다. 브라질은 서민들을 위해 소고기 값을 정책적으로 싸게 유지해 고기요리가 발달하고 양이 많은 게 특징이다. ‘추라스케리아’라는 여러 종류의 고기와 부위별 고기를 무한정 먹을 수 있는 고깃집이 발달한 이유다.
세 번째 근무지 스페인에는 어린 돼지, 즉 애저 요리가 유명하다. 하도 부드러워 접시로 잘라내며,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사냥이 발달해 지역별로 야생동물과 새 요리 종류가 많다. 네 번째 근무지인 미국에도 엽기요리는 많다. 수달, 너구리, 악어요리가 있었다. 다섯 번째 근무지인 파나마에는 우리가 안 먹는 민물고기 베스를 튀겨 먹는다. 파나마 운하엔 낚시 맛을 잃게 할 정도로 베스가 많다.
여섯 번째 근무지인 멕시코에는 굼벵이 요리가 있다. 격식 있는 고급식당의 고급 요리로 쌈에 싸서 먹는다. 나도 귀한 손님이 오면 꼭 대접했다. 일곱 번째 근무지였던 이탈리아에는 비둘기 요리가 있다. 인삼 종주국인 한국에도 없는 인삼커피가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근무해본 나라들의 진기한 음식들이다.
세종대 대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