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비핵화 인내하는 외교”… 시한은 2021년 1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의회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북·미 정상회담과 미·러 정상회담에 대해 의회 내에서 우려가 제기되는데 따라 마련됐다. AP뉴시스


“헛되이 오래 끌지 않도록 할 것” 前 정부와 달리 적극적인 개입
비핵화 대상 北 전적 동의 강조, WMD에 생화학무기까지 포함
‘先비핵화-後제재완화’ 재확인, 北 핵분열성 물질 계속 생산 중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상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 1월까지 완전한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서도 ‘인내하는 외교(Patient diplomacy)’라는 표현을 썼다. 또 비핵화 대상은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하는 대량살상무기(WMD)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 정부가 규정한 비핵화 대상에 전적으로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북한 비핵화에 대해 “우리는 ‘인내하는 외교’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이 헛되이 질질 오래 끌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말까지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 아직도 목표인가’라는 공화당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의 질문에 “그렇다. 가능하다면 더 빨리”라고 답했다.

폼페이오가 언급한 ‘인내하는 외교’는 전임자였던 렉스 틸러슨이 서두르지 않고 끈질기게 외교적 협상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썼던 말이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기조와도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도적으로 북한 문제를 외면했던 전 정부와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적극적인 개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시한을 직접 거론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가 비핵화 완성의 목표 시한이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면서도 비핵화 대상은 광범위하게 제시했다. 북한 비핵화는 핵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을 포함하는 ‘모든 종류의 무기 폐기’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우리의 비핵화 정의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확신한다”며 “비핵화는 분명히 핵탄두와 생화학무기 등 모든 종류의 무기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3차 방북에서 대량파괴무기까지 포함하는 비핵화 개념을 북한에 전달했고, 북한이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북한이 대량파괴무기를 제거할 때까지 미국과 유엔의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원칙에 어떠한 변화도 없음을 다시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이중적 태도도 문제 삼았다. 그는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하고 있는 게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북한이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북한이 여전히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른 장소에서 답변할 수 있겠느냐”는 미묘한 대답을 내놓았다.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폐쇄 작업에 착수하는 등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나선 청문회는 CNN방송 등을 통해 미국 내에서 생중계됐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미·러 정상회담 등 러시아 이슈들을 더욱 비중 있게 다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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