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유해 27일 송환… ‘종전선언’ 탄력

유해송환 앞두고 오산기지 대기 중인 글로브마스터


당초 판문점서 원산으로 변경… 북·미 공동성명 첫 이행 조치
北 ‘약속 반드시 지킨다’ 의지, 트럼프에 종전선언 압박 의미도
정부, 종전선언 내용 조율 북·미 양국 설득 들어간 듯


북한이 한 달가량 판문점에 보관돼 있던 미군 유해 송환용 나무상자를 최근 받아간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정전협정 체결일인 27일 미군 유해를 송환하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군 수송기를 북한으로 보내 유해를 넘겨받은 뒤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를 거쳐 하와이로 이송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26일 “미국이 지난달 말 판문점에 보낸 유해 송환용 임시 상자를 북한이 최근 가져갔다”며 “북한은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미국과 합의한 대로 27일 유해를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상자를 수령한 데 대해 “관련 동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발굴한 미군 추정 유해 200여구를 대상으로 동물뼈 등을 거르는 작업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미군 유해는 판문점을 통해 송환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원산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 관계자들이 수송기를 타고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가 유해를 넘겨받은 뒤 오산 기지에 들렀다가 다음 달 1일쯤 하와이로 가는 수순이다. 원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해양관광단지로 집중 개발하고 있는 지역이다.

앞서 북·미는 이달 중순 판문점에서 유해 송환 실무회담을 갖고 미군 유해 50여구를 27일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유해 송환은 비핵화와 직접 관련 있는 조치는 아니지만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 성명의 첫 이행 조치다. 북·미 간 7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북한은 이번 유해 송환과 관련해 미측에 비용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김 위원장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종전선언을 적극 이행하라는 압박의 의미도 담겨 있다.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들은 “계단을 오르는 것도 순차가 있는 법”이라며 초기 조치로 종전선언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미 정부는 북한이 현재 가동 중인 핵 시설을 동결하고, 핵 프로그램 리스트를 제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일부 전 고위 당국자는 “미 정부 관료들이 종전선언을 북한에 주는 선물로 잘못 생각해 문제가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며 “종전선언을 비핵화 촉진 요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종전선언에 담을 콘텐츠로 북·미 양측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종전선언의 시기와 주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내용을 넣을 것인지도 중요한 협의 사안”이라며 “단순히 ‘전쟁이 끝났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관한 포괄적 내용을 담는 또 다른 선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27 판문점 선언,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흐름을 잇는 정치적 선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승절로 기념해 왔다. 올해는 65주년으로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면서 한편으론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기념행사 규모와 대미 메시지가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예년 수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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