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특유의 솟아오르는 직구는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도 여전했다.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홈페이지가 컷패스트볼로 분류할 만큼 슬라이더에도 힘이 넘쳤다.
최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로 팀을 옮긴 오승환(36)이 29일(한국시간) 이적 후 첫 홀드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새 출발을 알렸다. 오승환은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4-1로 앞선 7회초 상황에 등판, 1이닝을 실점 없이 1안타 1볼넷으로 막았다. 직구 속도는 꾸준히 시속 92마일(148㎞) 안팎을 기록했다.
첫 타자 더스틴 파울러와 맞선 오승환은 초구로 시속 91.8마일 포심패스트볼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파울러는 오승환의 시속 82.3마일 슬라이더를 공략했지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오승환은 닉 마티니를 상대로도 시속 92.3마일 포심패스트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다만 이어 던진 82.3마일의 체인지업이 단타로 연결됐다.
맷 채프먼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 2루 위기에 몰린 오승환은 슬라이더로 이닝을 실점 없이 마무리지었다. 제드 라우리는 중견수 뜬공, 크리스 데이비스는 1루수 뜬공이었다. 시즌 개막 전 가다듬은 슬라이더의 제구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오승환의 슬라이더 투구 가치는 지난 시즌 -3.4였지만 올 시즌 4.5로 평가됐다.
콜로라도는 오승환을 향한 기대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버드 블랙 콜로라도 감독은 이날 경기 전 “6회부터 9회 사이 언제든지 오승환이 등판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의 승리 공식의 핵심 멤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 감독은 “오승환은 야구 감각이 좋은 선수”라고도 칭찬했다.
팀이 4대 1로 그대로 승리하며 오승환은 시즌 14번째 홀드를 신고했다. 평균자책점은 2.63으로 소폭 낮아졌다. 콜로라도에서 뛴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김선우 김병현에 이어 오승환이 3번째다. 오승환은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