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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신종수] 불타는 BMW



화재 사고가 계속되는 독일 자동차 BMW 520d는 ‘강남 쏘나타’로 통한다. 강남에서는 현대차 쏘나타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라는 의미의 신조어다.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가격과 수리비, 정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 부품값 등이 훨씬 비싸다. 서비스센터도 부족하고 수리 기간도 길다. 판매 가격을 할인해 주곤 하지만 비싼 수리비와 부품값이 할인 금액을 훨씬 초과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도 잘 팔린다.

한국 소비자들의 차에 대한 취향은 독특하다. 한국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대형차를 선호한다. 우리보다 잘사는 일본이나 유럽은 대형차보다 소형차가 많다. 우리는 대형차를 탈 형편이 안 되면 소형 외제차라도 탄다. 자동차는 재력이나 사회적 신분을 나타낸다고 여기고 기를 쓰고 비싸거나 차별화된 차를 타려 한다. 허영심이나 일종의 자동차 사대주의 같은 심리적인 요인이 있는 것일까.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 때 외국에서는 불매운동이 벌어졌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때 차를 사야 한다며 더 몰려가는 바람에 차가 없어서 못 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수입차 업체들의 콧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서만 주행 중이나 직후에 불이 난 BMW 차량은 모두 25대, 디젤 엔진을 쓰는 520d 차종만 17대다. 이때문에 수입차 사상 최대 규모인 10만6000여 대가 리콜 조치됐다. 국내 첫 소비자 집단소송도 제기됐다. 화재가 2015년부터 발생했는데도 그동안 원인 미상이라거나 사설 부품으로 수리했기 때문이라며 운전자에게 책임을 돌리다가 3년 만에 늑장 리콜을 했다.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은 피해자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자의적인 방침까지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BMW 한국법인이 8만여 대 차량의 배출가스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하거나 미인증 부품을 불법 사용한 것이 드러나 자동차 환경인증 관련 사상 최대 액수인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2015∼2016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을 겪고도 이런 일을 또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 수입차 판매는 오히려 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우리 법규를 무시하고,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차에 불이 나는데도 수입차는 계속 잘 팔린다. 현대차가 주행 중 불이 나는 사고가 계속됐다면 어땠을까.

국산차 애용운동이나 수입차 불매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주권의식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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