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루터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저작을 내놓으며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새겼다. 500주년에 딱 맞추지는 않았지만 최근 독일 종교개혁지에서 루터의 행적을 담은 책이 나왔다. ‘발로 쓴 루터의 종교개혁’(창과현)으로 저자는 조재석(46) 목사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 본부에서 만난 조 목사는 “지난해 1월 원고를 완성했지만 종교개혁 500주년엔 전문가들이 책을 내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원고를 묵혔다”며 멋쩍게 웃었다.
서울신대를 졸업한 그는 15년간 기성 총회 기관지인 한국성결신문 기자로 활동한 전직 언론인이자 목회자다. 2014년 온 가족이 독일로 이주해 함부르크 인근 암메어스벡 지역 사회복지시설 ‘포그트호프’에서 새롭게 삶의 터전을 꾸렸다. 현재 조 목사는 이곳에서 자폐나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장애인과 지내며 이들의 사업장과 거주시설을 관리하는 하우스 마이스터로 일하고 있다.
그가 책을 쓴 건 ‘목회자인 자신과 주변의 목회자들이 함께 종교개혁 의미를 성찰해보자’는 소박한 동기에서 출발했다. 종교개혁 정신을 한국교회에 살려보자는 구호는 많았지만 정작 현장 목회자에게 와닿는 지점은 적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2015년부터 독일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체코 등 유럽 종교개혁지를 찾으며 느낀 바를 틈틈이 글로 정리해 왔다”며 “현장 목회자들이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꾸면 한국교회에도 종교개혁 같은 새로운 변화가 올 거라는 믿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책에서 루터의 출생부터 사망까지의 발자취를 좇으며 비텐베르크 아이스레벤 보름스 만스펠트 등 21곳의 독일 종교개혁지를 소개한다. 해당 지역의 대학과 교회를 방문하며 당시 독일교회와 현재의 한국교회를 비교하고 종교개혁의 참 의미를 음미하는 식으로 책을 풀어간다.
루터의 행적을 따라가는 책이지만 내용이 칭찬 일색인 건 아니다. 보름스의 옛 유대인 무덤을 찾아가선 1543년 유대인의 재산을 압류하고 추방하라는 저작을 발표한 루터를 비판하기도 했다. 나치 정권 시절 유대인 학살의 근거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조 목사는 “독일 등 유럽 종교개혁지를 순례하며 종교개혁을 곱씹는 것은 목회자들의 영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교회 개혁 과제를 고민하는 젊은 목회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자극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