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北, 비밀리에 새로운 ICBM 제작 중”

북한 평양 외곽 산음동의 미사일 연구·생산 공장을 지난 7일 위성으로 촬영한 사진. 푸른색 건물 안의 트레일러(붉은 점선 내)는 북한이 과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반할 때 사용하던 것과 같은 트레일러로 분석됐다. 이 사진은 위성사진 전문업체 플래닛랩스의 사진을 미국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가 분석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


북한이 평양 외곽 산음동의 미사일 연구·생산공장에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밀리에 제조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인공위성에 찍힌 사진 등 최근 입수된 증거들을 종합하면 북한이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ICBM을 최소 1기, 아마도 2기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체제안전 보장의 초기 조치로 6·25전쟁 종전선언을 미국에 요구하면서 뒤로는 장거리 미사일과 농축 우라늄을 계속 생산하는 북한의 이중성을 의심하는 미 정보당국의 판단이 언론을 통해 또다시 새어 나온 것이다. 이번 ICBM 생산 의혹이 미군 유해 송환으로 긍정적 기류로 돌아선 북·미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WP는 북한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게 만드는 내용들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북한 고위 관료들이 외국 감독관들의 검증을 거부한 채 핵탄두와 미사일 숫자, 무기 공장의 종류와 숫자 등에 대해 미국을 속이기 위한 논의를 계속해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WP는 북한이 20여개의 핵탄두를 폐기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면서도 10여개의 핵탄두는 숨겨놓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산음동 공장이 지난해 북한이 미국 동부 연안을 공격할 수 있는 ‘화성 15형’을 포함해 2기의 ICBM을 최초로 생산했던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곳에서 최소 1기의 화성 15형을 제작 중인 것으로 추정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산음동 공장에서 미사일 제조 작업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지난 7일 위성사진에 찍힌 붉은색 트레일러는 과거 북한 ICBM을 운반할 때 사용한 트레일러와 동일한 것으로 분석됐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의 정찰 위성이 산음동 공장 시설에서 차량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영구적인 비핵화’를 핵·미사일을 즉각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약속으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북한은 핵 폐기가 아니라 핵 인정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에 포착된 정황은 북한의 신형 ICBM 개발이 아니라 기존 미사일 실험의 보완과 관련된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화성 15형이 아직 완벽하게 개발되지 않았으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은 연료 주입에 시간이 오래 걸려 고체연료 ICBM보다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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