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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 1세대 70년대 학번, 축복받은 세대”

신간 ‘우리 기쁜 젊은 날’에서 1970년대 학생운동을 회고한 진회숙은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그 시절 대학을 다니면서 청춘을 불살랐던 이들이 이 후일담으로 위로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춘은 늘 환희에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뇌, 방황, 좌절조차 돌아보면 젊은 날의 특권처럼 느껴진다. ‘클래식 오딧세이’ 등의 저자이자 음악평론가인 진회숙(62)이 그의 대학 시절을 회고한 신간 ‘우리 기쁜 젊은 날-응답하라 1975∼1980’(삼인)을 냈다. 75년 대학에 입학했던 그가 겪은 그 시대와 그때 청춘들의 초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학생운동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70년대 학번들의 얘기다. 활기찬 표정의 그를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생 3막이 시작되는 시점에 글쟁이로서 내가 경험한 걸 쓰고 싶었어요. 70년대 학생운동권의 이야기도 우리 사회의 궤적을 보는데 중요한데 그 후일담이 참 희귀하기도 하고요.”

진회숙이 대학에 다닌 70년대는 학생운동 태동기이고 80년대 이후에야 학생운동이 널리 퍼졌기 때문에 그 시절 이야기가 귀할 것이다. “한참 쓰다가 ‘내가 이 글을 써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주변부에 있던 인물인데 70년대 중후반 치열하게 운동했던 이들에 대해 쓴다는 게 좀 주제 넘는 것처럼 느껴진 거죠.”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진회숙은 음악평론가로서 이력을 이어왔지만 과거 운동권 학생들과 동고동락했고,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돼 40일 넘게 구속된 적도 있었다. 그럼 미팅을 많이 하고 멋진 남자와 연애하겠다고 다짐했던 이대생은 어떻게 운동권 학생들과 친하게 됐을까.

아버지가 담임하던 교회에 후임으로 온 김경락 목사 ‘덕분’이었다. 그는 당시 영등포 산업선교회 사역을 하고 있었다. “대학 3학년 때 김 목사님이 야학 예배에 와서 특송을 한번 해보라고 하셨죠. 별생각 없이 갔어요.” 그는 야학에서 음악 교사를 맡기로 했고 그렇게 운동권 학생들 무리에 들어가게 됐다.

동료 야학 교사들과 ‘전환시대의 논리’ ‘피압박자를 위한 교육’ 등으로 매주 세미나를 하면서 ‘의식화’됐다. 그는 이 책에서 이때 함께 공부하고 운동했던 김철수 유시민 박노해 등 동기, 선후배, 재야운동가 100여명을 소환한다. 고문 후유증으로 조현병을 앓는 친구 남편 이야기 등 70년대 학번이 겪었던 일이 생생하게 나온다.

70년대 운동권 후일담이라면 제주 올레 이사장 서명숙이 쓴 ‘영초 언니’가 지난해 나왔다. ‘영초 언니’가 천영초라는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우리 기쁜 젊은 날’은 70년대 학번 주요 인물들을 두루 담고 있다. 경찰서에 붙들려가 뺨을 맞고 도망 다니던 친구를 숨겨주느라 숨죽이던 그 시절이 그에게 정말 기쁜 날이었을까.

“그때는 고달팠지만 당시 학생들은 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며 대의를 위해 청춘을 불사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축복받은 세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 지금 젊은 세대를 어떻게 볼지 궁금해졌다.

“사실 옛날 대학생들은 학점이 나쁘거나 제적을 당해도 취직할 데가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애를 써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잖아요. 안 됐다는 마음이 들어요. 젊은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도전하지 못하게 만든 우리 사회가 병든 것 같아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젊은 날을 회고하는 기성세대는 지금 청년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작곡가와 비평가로 각각 유명한 진은숙(57)과 진중권(55)이 그의 동생이다.

글·사진=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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