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인 상황이지만 잘 대응하도록 하겠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2주가량 앞두고 김학범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31일 출사표를 던졌다. 김 감독은 9일간 4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에 초조해하면서도 남다른 각오를 나타냈다.
대표팀은 이날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소집돼 훈련을 시작했다. 곧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감 감독은 정신력을 맨 먼저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짧은 기간 남들보다 한 경기 더 치르는 일정이다. 선수들이 얼마나 강한 집중력과 정신력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아시안게임의 승운이 달려있다”며 “애로 사항이 많지만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말처럼 대표팀은 무더위 속에서 강행군을 치러야 한다. 12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벌이고 15일엔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한다. 이후 17일 말레이시아, 20일 키르기스스탄을 차례로 만난다.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인 16강 이후 경기 일정도 대부분 2∼3일 간격으로 촘촘히 짜여있다.
최악의 일정을 감안해 체력 확보를 우선시하겠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3주간 8경기를 치르는데 체력적으로 어떻게 버틸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선수를 뽑을 때도 같은 조건이면 체력이 뛰어난 선수를 선발했다”고 말했다. 훈련 일정도 선수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맞추고 있다.
체력 안배를 위해 주전, 후보 가릴 것 없이 모든 선수가 경기를 뛰는 로테이션도 준비 중이다. 해외파 선수들의 합류가 늦어지는 것도 로테이션이 필요한 이유다. 이승우는 8일, 황희찬은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입국한다. 손흥민은 1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을 치르고 13일에야 합류한다. 김 감독은 “모든 선수가 경기장에서 많이 뛰게 될 것”이라며 “특정 멤버로만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 “예선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니 무리하게 출전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꼭 필요할 때 써먹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과의 논의 과정에서 손흥민이 아시안게임에 뛰는 대신 11월 평가전과 내년 아시안컵 조별리그 1·2차전에는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러시아월드컵 스타인 골키퍼 조현우는 “일정이 빡빡하지만 매 경기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면 우승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 직전 부상으로 낙마한 ‘괴물 수비수’ 김민재는 “월드컵에 불참해 슬펐지만, 아시안게임이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수비수로서 다 막기로 했다. (조)현우 형은 흐르는 공만 잡아달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나상호는 “바레인과의 1차전이 생일인 만큼 최상의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거들었다.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자카르타로 출국하는 대표팀은 이후 조별리그가 진행되는 반둥에서 현지 적응과 컨디션 조절에 집중할 계획이다.
파주=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