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비무장지대(DMZ) 내 GP(전방초소) 상호 시범 철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DMZ 내 공동 유해발굴,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 등에 공감대를 이뤘다. 그러나 합의사항 없이 공감대만 이룬 수준의 회담 결과를 놓고 종전선언 및 대북 제재 관련 남측의 ‘소극적 태도’에 대한 북측의 불만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군 당국은 31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제9차 장성급 회담을 열고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합의 이행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소장은 회담 종료 후 브리핑에서 “남북은 GP 시범 철수와 JSA 비무장화, 서해상 적대행위 중지 등에서 큰 틀의 견해 일치를 봤으며 구체적 이행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전통문 및 실무접촉을 통해 계속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남측은 오는 9월 열릴 국제 행사인 ‘서울안보대화’에 북측 대표단 파견을 요청했고, 북측은 상부 보고 후 참석 여부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장성급 회담이 북측의 제의로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견해 일치’ 수준의 회담 결과는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 군 당국은 지난 6월 14일 열린 장성급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보도문도 발표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김 소장은 “이행 시기나 방법에 있어 조금 더 논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남북 군 당국이 공감대를 형성한 4가지 사항도 판문점 선언 군사 분야 합의와 비교해 별로 진전된 게 없다. 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 문제도 논의를 계속 진행한다는 정도로 갈음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큰 틀에서 견해를 일치하는 것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GP를 상호 시범 철수하는 데 공감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급 회담 결과가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 머문 배경에는 최근 남측의 태도에 대해 북한이 드러내온 불만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논평에서 남측에 대한 강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노동신문은 “남조선 당국은 공동 점검과 공동 연구 등 돈 안 드는 일만 하겠다는 심산인 데다 그것마저 세월을 허송하고 있다”며 “우리 측이 백 마디 말보다 하나의 실천행동이 더 필요하다고 추궁하면 남측은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그렇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강하게 요구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중장(한국군 소장)은 모두발언에서 남측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종전선언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1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릴 북한 금강산 지역을 찾아 상봉 시설 개보수를 하고 있는 우리 측 관계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노동신문이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하자 이와 관련해 협의차 방북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