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완서(1931∼2011)를 인터뷰한 글 7편이 담겼다. 1990년부터 98년까지 문예지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 수록된 글들인데, 이를 책으로 엮은 사람은 고인의 딸인 호원숙 작가다. 그는 책의 첫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어머니 서재의 깊은 서랍 속에 있던 것들입니다. 어머니가 손수 스크랩하여 모아놓으신 것들입니다. …일관되게 흐르는 결이 있는데 그걸 어머니 자신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나에게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됩니다.”
고정희(시인) 권영민 정효구 김경수(이상 문학평론가) 공지영(소설가) 오숙희(여성학자) 피천득(시인)이 인터뷰어로 나섰다. 작가의 굴곡진 삶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차례로 이어지는데, 박완서의 육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신간이다.
특히 박완서의 문학관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문제의식에 너무 사로잡힌 나머지 소설적 재미를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해왔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작가는 사랑이 있는 시대, 사랑이 있는 역사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뷰어가 저마다 박완서란 어떤 작가인지 전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고정희는 “편안한가 하면 날카롭고 까다로운가 하면 따뜻하며 평범한가 하면 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작가가 박완서”라고 평가했다. 공지영은 “삶의 아픔을 겹으로 살아내는 글쓰기 작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그 아픔을 견디고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작가”라고 적었다.
밑줄을 긋게 만드는 대목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박완서의 작품을 좋아한 독자라면 반가울 것이고, 그의 소설을 읽은 적 없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이 동할 것이다. 박완서의 작품 세계를 꿰뚫는 철학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대표적이다.
“저는 이념이 먼저인 작가는 아닙니다. 억지로 무슨 주의를 붙이자면 난 그냥 자유민주주의자예요. …난 좋은 의미의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해요. 내가 중하니까 남도 중한 거지, 전체를 위해서 나 개인을 희생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런 소박한 민주주의 개념이 남자와 여자 사이라고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정도의 생각밖에 전 없습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