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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인간의 사고와 우주에 대한 탐구를 수학으로 풀어내다



저자가 낸 수수께끼다. 지능이 굉장히 높은 여자들은 대부분 자기보다 지능이 낮은 남자와 결혼한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답이 나온다. 똑똑한 남자는 잘난 여자를 싫어한다거나 머리 좋은 여자는 머리 나쁜 남자를 편하게 여긴다거나. 대부분이 어떤 사회적인 편견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정답은 ‘확률적으로 대부분 남자가 지능이 높은 여자보다 멍청하니까’다. 지능이 굉장히 높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보다 지능이 높다는 뜻이다. 당연히 지능이 굉장히 높은 사람은 자기보다 지능이 높은 사람과 결혼할 확률이 낮다. 그는 “이런 수학적인 사고가 도덕적으로 그릇된 답을 피할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7개 강의를 묶은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인간의 사고와 우주에 대한 탐구를 수학으로 풀어낸다. 역사, 철학, 문학 등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문답으로 전개하기 때문에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이런 식이다. 다섯 사람이 한 자동차를 타고 길을 따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길 한가운데 세 사람이 나타났다. 이때 직진할지, 진로를 바꿀지 묻는다.

이어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을 연속적으로 제시한다. 혼자 차를 타고 가는데 할머니 한 분이 건널목에 나타날 때 등등.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롤리를 몰 때 누구를 희생할지 판단하게 하는 ‘트롤리 딜레마’의 변형이다. 유명한 윤리학 주제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는 이 상황을 실제 게임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들어갈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다. 저자는 “철학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뤘던 트롤리 문제를 지금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데 고려하고 있다”며 “윤리라는 형이상학적 문제를 구조화해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의구심이 들 테지만 ‘문과생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수학 책’이라는 홍보는 과장이 아니다. 저자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유래한 난제를 해결한 세계적 수학자다. 서울대 개교 이래 첫 조기 졸업생이었다. 2011년 한국인 수학자로는 처음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로 임용됐다. 인문학자 김우창의 차남이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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