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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전기요금 누진제



전국이 역대급 불볕더위(폭염)에 후끈 달아올라 있다. 기온이 30도 중·후반대까지 치솟는 낮은 말할 것도 없고, 새벽에도 에어컨 리모컨에 자꾸만 손이 간다. 그러다보니 서민들은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 걱정이다. 주택용(가정용)은 전력을 일정량 이상 사용하면 요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비전력량이 1구간(200㎾h 이하)이면 1㎾h당 요금이 93.3원이지만 2구간(201∼400㎾h)은 187.9원, 3구간(400㎾h 초과)은 280.6원이 적용된다.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월 평균 전력소비량은 350㎾h정도, 요금으로는 4만8445원꼴이다. 에어컨을 웬만큼 틀었다가는 금방 3구간으로 넘어가 요금이 가파르게 오르게 된다.

2016년 여름 전기요금 폭탄의 여파로 그해 겨울 누진제가 기존 6단계에서 3단계로 개편돼 부담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민들은 신경이 쓰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제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봇물을 이룬다. 정부가 이에 호응해 한시적으로 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할 모양새다. 재난 수준의 폭염이니 필요성에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

하지만 누진제 폐지는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누진제는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가구에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다. 많이 사용하는 이들에게 더 많이 거둬 벌충할 수 없게 된다면 적게 쓰는 사람들의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 산업용이나 일반용(상점·음식점 등) 요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은 검토해야겠지만 주택용 누진제 폐지가 해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요금을 낮춰주면 전력소비량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인당 9869㎾h를 사용한 전력 과소비 국가다.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큰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사용량이 지나치게 많다.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전력 사용이 많은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도 원인이지만 절전 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도 한몫한다. 에어컨 설정 온도를 1도만 올려도 전력소비를 7% 줄일 수 있다. 에너지 소비효율이 높은 전자제품을 쓰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플러그를 빼 놓는 것만으로도 요금을 꽤 아낄 수 있다. 누진제에만 화살을 돌릴 일이 아니다. 에너지 빈곤계층 대책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면 된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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