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은 일본의 대표적인 좌파 신문으로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사히의 논설과 보도를 둘러싸고 일본 내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극심한 비판이 일고 있다.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경제와 사회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 다치바나 아키라는 신간 ‘아사히 혐오’에서 제목과는 달리 아사히신문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극우세력이 전개하고 있는 ‘아사히신문 혐오’라는 현상을 원리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진보가 퇴조하고 일본이 우경화되었다’는 만연한 주장에 대해 ‘진보’와 ‘아이덴티티’라는 측면에서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기존의 일본 사회의 주류세력들이 다루고 있지 않은 시점을 제시한다. 우선 진보라는 측면에서 일본은 세계적인 기준과 비교해 보아도 확실하게 진보화돼 가고 있으며, 심지어 보수 정당인 자민당조차도 진보적인 성향의 정책들을 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일본이 우경화됐다고 논할 때 상징적 존재로 등장하는 인터넷 우익세력의 이데올로기 역시 보수나 전통과 관련이 없음을 역설한다. 이 세력들이 지키려는 것은 일본인이라는 취약한 아이덴티티이며, 이들의 활동 또한 ‘혐한’이나 ‘반중’과 연결되는 개념에 한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현재 일본의 진보는 진보가 원래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생각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본은 중층적인 신분제 사회로, 그 근간에는 일본 특유의 고용문화가 있음을 비판한다.
나고야=유혜림 통신원 (나고야 상과대학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