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장을 운영하던 A씨는 7년 전 은행에서 저축성보험에 가입했다. 사업이 어려워 대부분 보험을 깼고, 남은 보험도 잘 관리하지 못했다. 최근 A씨는 자신의 보험금을 조회할 수 있는 ‘내보험 찾아줌’ 서비스가 있다는 걸 알고 이용해봤다. 저축성보험에 ‘중도보험금’ 170만원이 있는 것으로 나와 깜짝 놀랐다. A씨는 보험사에 연락해 곧바로 잠들어 있던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내보험 찾아줌 서비스를 시작한 뒤 올해 6월 말까지 ‘숨은 보험금’ 2조1426억원(187만건)이 주인을 찾았다고 1일 밝혔다. 건당 115만원 규모다. 서비스를 이용해 본 고객은 모두 474만명이다.
유형별로 보면 중도보험금 1조2947억원, 만기보험금 5501억원, 사망보험금 1189억원, 휴면보험금 1789억원이 주인을 찾았다. 중도보험금은 보험 만기 전에 발생한 보험금(교육자금, 배당금 등)이다.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가 효과를 보자 금융 당국은 간편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추진한다. 오는 12월부터 내보험 찾아줌 홈페이지(cont.insure.or.kr)에서 곧바로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콜 백(call back)’ 서비스도 도입한다. 조회 후 연락처를 남기면 보험사에서 직접 전화 상담을 해준다. 현재 내보험 찾아줌 홈페이지에서는 보험금 조회만 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는 개별 보험사에 따로 연락해야 한다. 숨은 보험금의 규모는 2016년 말 기준 7조6000억원에 이른다.
숨은 보험금 찾기가 인기를 끌면서 보험사의 실적은 나빠졌다.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감소한 1조2324억원을 기록했다. 보험금 수령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한편 만기가 된 보험금을 안 찾아가면 무조건 높은 금리를 주는 것은 아니다. 2001년 3월 이전에 체결된 보험계약 가운데 예정 이율에 1% 포인트 이자를 더 얹어주는 상품이 있다. 이 보험은 약관에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런 옛날 보험은 일부러 안 찾는 고객이 많다”고 했다. 다만 2001년 3월 이후 체결한 보험계약의 경우 보험금 발생 1년 이후에는 고정금리 1%의 이자를 주고, 소멸시효가 지난 휴면보험금에는 이자를 주지 않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