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현(23·전자랜드 엘리펀츠), 박인태(23·LG 세이커스), 안영준(23·SK 나이츠), 양홍석(21·KT 소닉붐). 한국농구연맹(KBL) 리그팬이라면 익숙한 이름이다. 소속팀 주축이 될 재목으로 평가받는 유망주들이기도 하다. KBL 코트에서 적으로 만났던 이들이 ‘KBL윈즈’라는 3대3 농구팀으로 한데 뭉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첫 정식종목이 된 3대3 농구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금메달에 도전하는 이들을 지난달 25일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만났다.
메달, 농구 인기 회복 두 마리 토끼 잡는다
4명은 “선수라면 누구나 가지는 국가대표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참가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에는 들지 못했지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예전만 못한 농구 인기 활성화라는 목표도 있다. 지난 시즌 KBL 신인왕이었던 안영준은 “농구 인기가 많이 떨어져서 왜 그럴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며 “우리들이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3대3 농구뿐만 아니라 농구 자체의 인기도 더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길거리 농구’로도 익숙한 3대3 농구는 일반적인 5대5 농구와 달리 팀당 3명이 야외 반코트에서 맞붙는다. 경기 시간은 총 10분이며 한 팀이 21점을 먼저 기록하면 그대로 경기가 종료된다. 5대5 농구의 2점슛은 1점, 3점슛은 2점으로 기록된다.
보는 입장에선 3대3 농구와 5대5 농구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직접 부딪치는 선수들이 체감하는 차이는 크다. 어린 시절부터 나무 바닥으로 만들어진 실내 풀코트에서 진행되는 5대5 농구만 했던 KBL윈즈 선수들로선 밖에서 진행되는 3대3 농구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공도 5대5 농구는 7호를 쓰지만 3대3 농구는 그보다 작은 6호를 쓴다.
5대5 농구보다 거친 몸싸움도 허용된다. 정한신 3대3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은 “슈팅 상황이 아닐 경우에는 육안으로 봤을 때 확실히 보이는 부분, 즉 유니폼을 강하게 잡는다든지 가격이 이뤄지든지 해야 파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심판 없이 진행했던 길거리 농구 특징이 많이 반영된 셈이다.
난다 긴다 하는 프로농구선수들이었지만 대표선발전에서 고전한 것도 이러한 차이 때문이다. 선발전에서 한 점차로 겨우 이긴 경기도 있었다. 양홍석은 “공의 크기는 작은데 무게는 같으니 더 묵직한 느낌이었다”라며 “처음에는 적응이 안 돼 에어볼(림을 맞히지도 못하고 빗나가는 경우)도 나왔다”고 말했다. 박인태는 “공수전환이 빨라 골을 넣자마자 바로 수비에 들어가야 하는데 처음에는 수비 위치를 잘 잡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낙현은 “바닥이 달라 야외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경기 상황을 떠올렸다. 실내와 달리 바람이 부는 것도 돌발 변수다. 김낙현은 “바람이 많이 불면 공이 휘어 슈팅감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기온과 습도가 높아 체력적인 부담도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5대5 농구와 달리 득점 후에도 중단 없이 진행되고, 교체 선수 역시 1명에 불과하다. 김낙현은 “아무래도 땀이 많이 나니 체력이 빨리 떨어진다”면서도 “시즌 중 강행군을 치르는 프로 선수들인 만큼 체력은 다른 선수들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팀에선 막내 여기선 우리가 사령관
3대3 농구는 코트 위 선수가 3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자연스럽게 5대5 농구의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와 비슷한 포지션으로 배치가 이뤄진다.
KBL 소속팀에서 센터를 맡은 박인태는 “5대5 농구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센터도 외곽슛을 던질 줄 알아야하고, 외곽수비도 할 줄 알아야 해 센터보다는 파워포워드에 가까운 플레이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센터 박인태가 슛을 던지면 가드 김낙현이 리바운드를 잡는 모습도 자주 나왔다. 양홍석은 “포지션과 내외곽 구분 없이 자신 있게 공격해나갈 수 있는 게 3대3 농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3대3 농구는 선수 교체나 작전시간 요청도 선수 스스로 해야 한다. 팀에서는 감독과 선배들의 리드를 따르면 되는 막내들이지만 3대3 농구에선 직접 경기를 이끌어야 한다. 김낙현은 “인태와 영준이는 어린 시절부터 같이 운동했던 선수들이라 경기 중 편하게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며 “막내인 홍석이도 이것저것 제안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각자 소속팀은 달랐지만 KBL윈즈에서 경기를 거듭하며 팀워크도 좋아지고 있다.
이들을 지도하는 정 감독은 초대 3대3 농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컵 경기에서 한국을 8강까지 올려놓은 경험이 있다. KBL에서 선수와 코치로 활동해 KBL 선수들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대회는 나이에 제한이 없었다. 23세 이하 선수들만 참가하게 된 이번 아시안게임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3대3 농구 자체가 체력이나 체격의 비중이 크다 보니 신체 조건이 좋은 몽골이 강팀으로 꼽힌다. 정 감독은 “아시아 기준으로 신체 조건이 매우 좋은 편인 몽골이 아시아 랭킹 1위다. 이민자들이 많은 카타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목표는 금메달이다.
성인이 된 후 첫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사기 역시 높다. 안영준은 “이번 대회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며 “정말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 보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응원을 당부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3대3 남자농구 경기는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붕카르노(GBK) 센터코트에서 진행된다.
진천=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