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남과 북… ‘공작’하던 과거에서 희망을 보기까지

한반도 분단 상황을 다양한 장르로 풀어낸 영화들. 왼쪽부터 SF물 ‘인랑’, 첩보물 ‘공작’. 각 영화사 제공
 
한반도 분단 상황을 다양한 장르로 풀어낸 영화들. 왼쪽부터 액션물 ‘PMC’, 드라마 ‘스윙키즈’. 각 영화사 제공


남과 북, 둘로 갈린 한반도의 특수상황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숱하게 다뤄져 온 단골 소재다. ‘쉬리’(1998) ‘공동경비구역 JSA’(2000) ‘태극기 휘날리며’(2004) 등 남북 분단 상황을 다룬 작품들은 아픈 역사에 시름하면서도 애써 희망을 이야기하곤 했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해빙 무드 속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진다.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각양각색의 영화들이 잇달아 관객을 만난다. ‘비핵화’ ‘종전선언’ ‘평화협정’ 같은 말들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지금, 이런 작품들은 이전과 사뭇 다른 시대적 의미를 던진다.

먼저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이 포문을 열었다.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가상의 미래를 그린 SF 블록버스터. 반(反)통일 무장테러단체 ‘섹트’, 섹트를 제압하기 위해 통일준비정부가 설립한 경찰 조직 ‘특기대’, 통일준비정부에 맞서 권력 장악을 꾀하는 국가정보기관 ‘공안부’ 세 집단의 물고 물리는 대립을 다뤘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각본을 쓴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국적 상황에 맞춰 각색해 실사화한 것이다. 김 감독은 “원작의 어둡고 음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통일 이슈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국가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인랑’이 통일을 앞둔 미래를 내다봤다면 윤종빈 감독의 ‘공작’은 남북이 첨예하게 갈등했던 과거를 돌아본다. 오는 8일 개봉하는 ‘공작’은 1990년대에 활동한 북파공작원의 실화를 다룬 첩보극.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스파이(황정민)가 남북 고위층 간의 은밀한 거래를 알아채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윤 감독은 “안기부 관련 영화 기획 당시 취재를 하다가 흑금성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면서 “너무 놀라웠다. ‘우리나라 국가정보원도 댓글만 쓰는 게 아니라 이런 첩보 활동을 하는구나’ 싶더라. 그런 호기심에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시기적으로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윤 감독은 “지난 20년간의 남북관계를 반추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첩보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본질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다. 더욱이 공존과 화해를 말하고 있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영화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정우가 제작과 주연을 맡은 ‘PMC’(가제·감독 김병우)는 판문점 아래 지하벙커에서 벌어지는 비밀작전을 그린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군사작전, 나아가 극한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심리 갈등이 극의 중심에 놓인다. 하정우는 글로벌 민간군사기업(Private Military Company·PMC) 블랙 리저드의 리더 에이햅 역을, 이선균은 북한 군의관 윤지의 역을 각각 맡았다.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경남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극영화다. 탭댄스에 빠진 북한군 포로(도경수)가 댄스단 ‘스윙키즈’에 들어가 춤을 배우며 이념 대립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유쾌하고 따뜻한 극의 분위기가 참혹한 전쟁 상황과 대비된다.

남북 소재의 영화들이 꾸준히 생산되고 있으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남북 이슈를 단순히 상업적인 소재로만 이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이라며 “대중영화로서의 오락적 재미를 갖추되, 시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보다 진취적인 주제의식을 지닌 작품들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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