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폰 위기는 기술 평준화, 시장 정체,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한계 등으로 요약된다. 외부 환경 변화가 국내 업체에 불리하게 맞물리면서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모든 가격대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최신 기술을 무기로 애플 아이폰과 경쟁했고, 보급형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업체의 도전을 막아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은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다.
2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 모델은 애플 아이폰X이었다. 2위부터 5위까지는 중국 업체 제품이 차지했다. 고가는 아이폰, 나머지는 중국 업체 몫이었다. 중저가 제품 경쟁이 치열한 인도에서도 1위는 샤오미 홍미5A였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제품인 J시리즈로 2, 3위를 차지했다. 인도시장에서 샤오미의 약진은 중국 업체의 ‘가성비’ 전략이 중국 외에서도 통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는 삼성전자의 앞선 기술력이 차별화 요소였지만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고 하드웨어 사양까지 비슷하다보니 가격이 절반가량 싼 중국산 스마트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삼성전자도 한때 자체 생태계 구축을 시도했다. 타이젠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인도 등에서 출시하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현재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중저가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프리미엄 제품으로 외연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의 평균판매가격(AS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 14%, 20%, 16%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는 제자리걸음이었다.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중국 스마트폰의 인지도가 낮지만 현재 분위기라면 국내 시장 수성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게 되면 삼성전자보다 LG전자가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정체기라는 외부 요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좋은 실적을 거뒀다. 애플은 스마트폰 제조사 중 유일하게 하드웨어(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와 소프트웨어(iOS, 앱스토어) 등을 모두 아우르는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이용자와 생산자 모두 만족도가 높다보니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른다.
애플은 올해 2분기 4130만대의 아이폰을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은 1%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매출은 20%나 증가했다. 출시할 때부터 고가 논란에 휩싸였던 아아폰X 판매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충성 고객이 많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높여도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앱스토어, 애플페이 등 서비스 부문 매출도 지난해보다 31% 늘었다.
애플은 2분기 매출 533억 달러(약 60조원), 주당 순이익 2.34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폰 시장이 10% 성장하든 1∼2% 감소하든 상관없다. 스마트폰 시장은 여전히 거대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