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폰이 위기에 처했다. 애플과 격차는 벌어지고, 중국 업체는 턱밑까지 추격해 왔다. 한국 스마트폰 사업이 처해 있는 ‘넛 크래커’(선진국에는 품질, 개발도상국에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것) 상황이 심화돼 후발주자인 중국한테도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의 아성을 지켜온 삼성전자는 중국에 맹추격당하고 있다. 2일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점유율은 20.9%다. 여전히 1위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포인트, 전분기보다 2.5% 포인트 하락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어든 탓도 있지만 중국 업체의 추격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화웨이는 15.8%의 점유율로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지난해보다 제품 출하량도 40.9% 증가했다. 4위 샤오미(9.3%), 5위 오포(8.6%)와 합쳐 중국 3개 업체의 출하량은 1억1500만대에 달한다. 한때 중국 시장 외에서는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인도를 기점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 스마트폰이 양적 성장을 포기하고 질적 성장으로 전환한 것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수익성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평균 판매가격(ASP)은 220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애플은 724달러였다. 애플과 삼성의 ASP 차이는 504달러(약 56만원)에 달한다. 애플은 최저 가격이 999달러인 아이폰X도 잘 팔았지만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S9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애플 iOS를 쓰는 사용자는 아이폰 외에 대안이 없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사용자는 갤럭시S9 말고도 화웨이, 샤오미 등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점이 차이로 나타났다.
LG전자의 상황은 더 안 좋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185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3분기 연속 적자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2분기 LG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950만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적은 수량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신제품 출시를 앞당기고 가격 경쟁력을 높여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9일 갤럭시 노트9을 공개하고 24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출고가는 128GB 모델을 지난해 노트8 64GB 모델과 같은 109만원 수준으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하반기 V40을 출시하고 라인업 전반에 걸쳐 원가 경쟁력을 높여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하드웨어 기술로 차별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이는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이 차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초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폰이 정체된 모바일 시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