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당신을 곧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1일(현지시간) 친서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1일 미군 유해 봉환식이 끝난 이후인 2일 새벽 1시쯤 트위터 글을 올렸다. 그는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고, 우리의 위대하고 사랑하는 전사자 유해를 고향으로 보내는 과정을 시작한 데 대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 “당신이 이러한 행동을 해준 데 전혀 놀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유해 송환이 갑작스러운 조치가 아니라 북·미 양측이 충분히 상의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 이어 “당신의 ‘좋은 서한’도 고맙다. 곧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심야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을 곧 만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데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북·미 정상이 9월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이나 워싱턴에서 만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좋은 서한’에서 김 위원장이 먼저 회동을 제안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미군 유해 송환과 트럼프의 이번 트위터 글이 답보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왔다. 트럼프는 또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기념식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 오산 미군기지에서 송환식을 마친 미군 유해 55구는 미군 대형 수송기 C-17 글로버마스터 두 대에 실려 하와이 히캄 기지에 도착했다. 이들 유해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 65년 만에 고향 땅을 밟았다.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해 봉환식에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누군가는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렀지만, 우리는 이 영웅들이 결코 잊혀지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오늘 우리 장병들이 고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유해가 고향에 올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6·25전쟁 참전용사의 아들인 펜스 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 투’에 전사자 자녀 다이애나 브라운 샌필리포와 릭 다운스를 태우고 하와이에 도착했다. 미군 유해를 담은 금속관은 미 성조기에 싸여 있었다. 미국은 히캄 기지에서 전사자 유해 신원확인 작업을 할 계획이다.
한편 미 국무부는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사업체들에 주의를 촉구하는 문서를 우리말로 발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부는 지난달 23일 홈페이지에 ‘북한 제재 및 집행 조치 주의보’를 공개하며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와 함께 한국어판 PDF 문서를 올려놨다. 이를 두고 미국이 한국에 대북 제재를 준수하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