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문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최근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좋아하는 스타가 누구인지 물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크리에이터’가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제치고 1∼6위를 휩쓸었다.
유튜브가 10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이런 결과도 나왔다. 응답자의 40%가 “크리에이터가 가족보다 나를 잘 이해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건 미국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도 크리에이터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10대들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부상했다. 100만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도 한두 명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서점가엔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책이 출간됐다. 제목은 ‘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꾼다’(위즈덤하우스). 유명 크리에이터를 관리·지원하는 회사인 샌드박스네트워크(이하 샌드박스)가 펴낸 신간이다. 책에는 이 회사가 지원하는 크리에이터들 이야기와 샌드박스를 이끄는 이필성(32) 대표의 글이 실려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샌드박스 사무실을 찾아 이 대표를 인터뷰했다. 크리에이터의 인기는 왜 이렇게 높은 걸까. 이 대표는 “젊은 세대의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과거엔 이런 식이었어요. 주말이면 낮에는 프로야구를 보고, 밤에는 다 같이 거실에 앉아 주말극과 ‘개그콘서트’를 시청했죠.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는 아니에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찾아봐요. 유튜브에는 요샛말로 ‘취향을 저격하는’ 영상이 많으니까요.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다양성을 크리에이터가 충족시켜주고 있는 거죠.”
2015년 설립된 샌드박스는 현재 150명(팀) 넘는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온라인에 게시하는 콘텐츠는 각양각색이다. ‘키즈’ ‘게임’ ‘먹방’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돼 있다. 샌드박스 소속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를 합하면 1000만명이 넘는다. 매달 조회 수는 총 10억건에 달한다. ‘초통령’으로 통하는 도티를 비롯해 잠뜰 백수공방 풍월량 라온 띠미 같은 크리에이터가 샌드박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구글코리아에 입사했던 이 대표는 2015년 퇴사해 도티와 함께 샌드박스를 설립했다. 그는 왜 창업에 뛰어들었을까. 이 대표는 “구글에서 온라인 생태계를 만드는 일도 재밌었지만, ‘플레이어’가 돼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꾼다’는 크리에이터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들이 관심 가질 만한 책이다. 이 대표는 “샌드박스에 입사하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문의가 정말 많다”고 했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이거예요. 누군가를 즐겁게 하거나,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열망을 키우라는 겁니다. 그 열망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까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