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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의에 불지른 BMW

서울 영등포의 BMW 서비스센터가 5일 안전점검을 받으려는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BMW는 자사 차량에서 주행 중 화재사고가 잇따르자 24시간, 휴일 없이 서비스센터를 운영해 2주 안에 대상 차량의 점검을 모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병주 기자


29대 불타고서야 늑장 리콜
원인규명 없이 운행 자제 권고… 국토부 무책임한 대응도 빈축
긴급 안전진단 받은 차량도 불나 화재 원인 EGR 결함 아닐 수도


‘불타는 자동차’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BMW의 뒤늦은 리콜 조치에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BMW를 소유한 운전자들은 차종과 상관없이 계속 차를 타야 할지 불안감에 휩싸였다. 정확한 사고 원인도 규명하지 못한 채 운행 자제만 당부한 당국에 대해서도 감독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무책임하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가 장착된 자사 차량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자 BMW코리아는 총 10만6317대의 차량에 대해 리콜을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작결함 조사를 시작한 뒤에야 리콜 계획을 발표한 데다 이미 20여대의 차량이 불에 탄 이후여서 고객 안전은 뒷전이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2015년 ‘디젤 게이트’ 당시 늑장대응으로 비난을 산 데 이어 BMW코리아가 또다시 늑장대응 논란을 일으키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자리 잡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제조사가 고의 또는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의 손해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것이다. 제조사의 무책임한 행태를 막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우리나라에 이 같은 제도가 없기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브랜드의 동일한 차종에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불이 난 사례는 이례적이다. 국토부 조사 결과 BMW 차량 화재는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27건이 발생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일과 4일 BMW 520d 차량이 주행 중 엔진에 불이 붙었다. 심지어 4일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사흘 전인 1일 BMW 서비스센터에서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에 따라 화재사고의 원인이 당초 알려진 EGR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는 해당 서비스센터에 직원을 급파해 경위를 파악 중이다.

화재가 계속되자 운전자들은 더 이상 BMW 브랜드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회사원 허연수(36)씨는 5일 “다니고 있는 헬스클럽에서 BMW 차량은 주차를 제한한다는 공지 문자를 받았다”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선호하는 수입차’에서 ‘안전을 위해선 기피해야 하는 자동차’로 망가져버렸다”고 말했다. BMW 차량을 불안해하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뿐만이 아니다. 차량 공유업체 쏘카는 고객 안전 보호를 위해 BMW 차종 520d, X3 총 56대 전량에 대한 차량 대여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책 없는 ‘BMW 운행 자제’ 권고도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차량 화재에 대한 안전진단 조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데다 BMW 차량을 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대체할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지나치게 안이한 조치라는 지적이다.

임세정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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